다음 달 12일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해법과 관련해 양국간 긴장감이 형성된 가운데 미국이 이미 기념주화를 제작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회담이 아직 열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신호’라며 비난했다.

21일(현지 시각) 시사주간지 타임(TIME)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통신국(WHCA)은 백악관이 제작한 미·북 정상회담 기념주화를 공개했다.

2018년 5월 21일 백악관통신국(WHCA)이 공개한 미·북 정상회담 기념주화. 오른쪽이 앞면.

공개된 주화 앞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자의 국기를 배경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테두리에는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영어로 된 글귀와 함께, 한글 ‘평화회담’도 새겨져있다. 미국은 주화에서 김 위원장을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로 지징했다.

뒷면 가운데에는 백악관과 대통령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그려져있고, 테두리에 ‘대통령의 방문’, ‘도널드 J. 트럼프’라는 글귀가 각각 새겨져있다.

WHCA는 대통령이 해외 고위급 인사를 만날 때마다 기념주화를 제작한 뒤 백악관 기념품관에서 판매해왔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도 기념주화를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긴장감이 조성된 상황에서 기념주화를 공개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정상회담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정상회담이 자신의 큰 성과로 여기며 축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실제 회담에서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을 벗어나거나 회담이 실패했다고 선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태도를 지나치게 드러냈다고 지적하며 “심지어 미국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로부터 정당성을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념주화를 발행하기까지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