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9일 결혼한 손자 해리 왕자에게 귀족 작위를 내렸다. 주 작위는 서식스 공작(Duke of Sussex), 보조 작위는 덤버턴 백작(Earl of Dumbarton)과 카일킬 남작(Kilkeel Baron)이다. 영국 왕실의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결혼과 함께 왕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하사받는데 주 작위와 2개 이상의 보조 작위를 받는다.
영국 왕이 왕족에 내리는 작위에는 영국 역사가 깃들어 있다. 오늘날의 영국은 잉글랜드의 웨일스 복속(1542년)→잉글랜드·스코틀랜드 연합왕국 성립(1603년)→아일랜드 병합(1801년)→북아일랜드 제외한 아일랜드 독립(1921년)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작위의 이름은 지명에서 따온다. 서식스는 잉글랜드 남부 지역의 지명이다. 과거 조지 3세의 아들인 프레더릭 왕자(1773~1843)도 '서식스 공작'이었다. '덤버턴'은 스코틀랜드, '카일킬'은 북아일랜드 지명이다. 잉글랜드에 일찍 복속돼 동질감이 강한 웨일스는 왕위계승 1순위자(현 찰스 왕세자)의 호칭(웨일스 공·Prince of Wales)으로 쓰인다.
해리 왕자의 형 윌리엄 왕세손도 2011년 결혼하면서 '케임브리지 공작(잉글랜드)', '스트라선 백작(스코틀랜드)', '캐릭퍼거스 남작(북아일랜드)'의 세 작위를 받았다. 그렇다고 잉글랜드 작위가 항상 주 작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은 '에든버러 공작(스코틀랜드)'이 주 작위이고, '메리오너스 백작(북아일랜드)', '그리니치 남작(잉글랜드)'이 보조 작위이다. 필립 공의 아들 찰스 왕세자는 콘월(잉글랜드)과 로스시(스코틀랜드) 두 곳에서 공작 작위를 갖고 있으며 4개의 보조 작위가 있다. 김중락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영국사학회장)는 "왕족 작위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작위를 골고루 쓰는 것은 영국이 이들 4개의 지역으로 이뤄졌다는 정체성을 강조해 국가 단합을 이루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