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산하 '전문 자문단'은 19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를 축소하라고 압력을 넣은 의혹을 받던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대검은 이를 받아들여 두 사람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이 사건 수사단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인 김 부장 등을 수사 방해 혐의(직권남용)로 기소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를 반대하던 문 총장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벌였다. 지난 15일 "문 총장이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문제 삼아 검사들이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핵심 참모가 기소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는 문 총장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자문단의 불기소 결정은 문 총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검찰 내홍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들고, 수사단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문단 회의는 1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대검 청사에서 열렸다. 자문단에는 형사법 전문가인 대학 교수, 변호사 등 7명이 위원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19일 0시30분까지 11시간 반 동안 회의를 했다.

수사단이 먼저 김 부장 등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 이유를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수사단은 김 부장이 지난해 12월 이 사건을 수사하던 춘천지검 안미현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의 보좌진 소환 문제를 사전에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후 권 의원 보좌진 소환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김 부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사단은 "김 부장이 작년 10월 이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의 자택 압수 수색을 막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김 부장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반박했다. 그는 당시 수사단에 전화를 건 것에 대해 "권 의원으로부터 관련자 소환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확인을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압수 수색을 막았다는 부분에 대해선 "미비점을 보완해 압수 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하라고 한 것으로 정당한 수사 지휘"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과 김 부장 등 관련자들의 입장을 듣는 데 9시간 45분 정도가 걸렸다. 이후 자문단이 불기소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1시간4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사단의 증거가 상당히 부족했다는 방증이라는 관측이 검찰 내에서 나왔다.

수사단은 애초 김 부장 등을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달 25일 문 총장에게 기소 문제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부쳐 달라고 요청했었다. 각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주로 민감한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사한다. 문 총장은 수사단 요청을 거부했다. 수사 지휘를 직권남용으로 보느냐는 문제는 법리적 사안이어서 법조인으로만 구성된 '전문 자문단'을 새로 꾸려 엄밀한 법률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자문단이 문 총장 판단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 사태로 문 총장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수사단 내에선 "자문단 인선이 상당 부분 문 총장 의중에 따라 이뤄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은 봉합 수순으로 가겠지만 수사단 불만이 다른 형태로 표출될 경우 또 갈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