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임신이 어려운 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은 경우 부부와 대리모 중 법적으로 누가 부모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006년 결혼한 A씨 부부는 건강 문제로 자연 임신이 어렵게 되자 대리모 출산을 선택했다. 현행법상 돈을 목적으로 한 대리모 출산은 불법이지만 이 부부는 그런 경우는 아니어서 대학병원 윤리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승인까지 받았다. 2016년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이뤄진 수정란이 대리모 자궁에 착상됐다. 이듬해 미국에서 딸이 태어났고 부부는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와 출생신고를 하려 했다.

그런데 서울 종로구청은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어머니(대리모)와 출생신고 서류의 어머니(A씨 아내) 이름이 다르다며 출생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출생신고를 받아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즉각 항고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 1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최근 "친모(親母)는 A씨 부부가 아닌 대리모"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머니의 출산"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모자 관계는 수정, 40주간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 등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유전적 공통성이나 당사자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판결에 대해선 대리 출산을 통해서라도 부모가 되고자 하는 부부의 의사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대리모 또한 출산을 선택했지만 부모가 되는 것까지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모자 관계는 출산으로 형성된다는 현행 민법의 기준상 어쩔 수 없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니다. A씨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 입양을 하게 되면 친모인 대리모와의 관계는 단절되고, A씨 부부가 법적 부모가 된다. 법원 입장은 이렇게 A씨 부부가 부모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만큼 기존의 '부모' 판단 기준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다른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임신한 고전적인 의미의 대리모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자궁 대리모'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