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안병현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자 한 탈북자가 '악마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14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의 증언'을 출간하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핵 폐기'에 기초한 합의가 나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며 "비핵화가 아니라 핵 군축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 그가 합리적인 지도자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별로 걱정할 게 없다는 식의 주장이 먹혀든다면 그게 김정은이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잔칫집에 재 뿌리는 소리처럼 들렸던 태 전 공사의 말은 하루 만에 현실이 됐다. 북한은 16일 0시 30분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맥스선더'를 문제 삼으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맥스선더'는 지난 11일부터 진행된 훈련인데 느닷없는 몽니라니. 그 몽니야말로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친 통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연한 비핵화 공언이 아니다. 북한에는 '인간쓰레기', 우리에게는 '히든카드'(hidden c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