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이날 남북고위급회담 무산 책임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차후 북남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유감의 뜻과 함께 남북 고위급회담에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낸 것과 관련, “남조선당국은 우리가 취한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보고 필요한 수습 대책을 세울 대신 현재까지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완전한 ‘북핵 폐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상전과 한짝이 돼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전투 훈련을 벌려 놓고 이것이 ‘북에 대한 변함없는 압박 공세의 일환’이라고 거리낌 없이 공언해 댔다”고 비난했다.

앞서 북한은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아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하겠다고 당일 새벽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리 위원장은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 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 당국의 괴이쩍은 논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나 북침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 중상을 지속시켜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우리를 언제 쏟아질지 모를 불소나기 밑에 태평스레 앉아 말 잡담이나 나누고 자기 신변을 직접 위협하는 상대도 분간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기는 그런 비정상적인 실체로 여겼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오판과 몽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전쟁 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려 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라고 했다. 이는 맥스선더 훈련과 함께 최근 국회에서 열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강연 등이 남북고위급회담 연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리 위원장은 “터무니없는 책임 전가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지는 데 대해 머리를 싸쥐고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우리 측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