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일각에서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거론하기도 했지만 미국 측에선 처음부터 싱가포르를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낙점된 건 북한과 거리가 가깝고 외교 관계도 체결된 중립적 지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싱가포르는 거리가 5000㎞가량이다. 북한이 보유한 참매-1호로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나 북한의 구소련시대 비행기의 보수 정비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북한은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분리 독립한 직후부터 외교 관계를 맺었다. 우리 정부보다 2년 앞선 1968년 주(駐)싱가포르 통상대표부를 설치했다. 싱가포르는 또한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다. 2015년 싱가포르의 대북 교역량은 3930만달러(약 420억원)로, 북한의 6번째 교역국이었다. 북한은 일찌감치 무역·선박회사를 싱가포르에 진출시켜 외화벌이에 나섰다. 이 업체들이 대북 제재를 우회하거나 원유 수입 창구로도 활용됐다.

싱가포르는 치안이 좋고 국제 행사도 자주 열린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 대규모 국제 행사가 자주 열리고, 2015년엔 북한 리용호 외무성 부상(현 외무상)과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회담을 갖기도 했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2011년 싱가포르에서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했다. 김정은 후견인 역할을 했던 고모 김경희는 2012년 싱가포르에서 지병을 치료했다. 지난달 초 최희철 외무성 부상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미·북 회담을 사전 점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한반도와 중국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했고, 유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봤다. 다른 유력 후보지인 몽골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판문점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제3국이 아닌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유력 후보지로 급부상했으나, 이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 돼 신선도가 떨어지고, 정부 내 강경파 인사들이 회담 장소가 실제 회담 내용과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