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북한 비핵화가 미·북 간 불완전한 합의로 봉합되거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미·북의 '비핵화 수사(修辭)'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완전하고 영구적인 북핵 폐기'를 얼마나 달성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최종 성적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대북 관계 "잘했다" 6명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점으로 전문가 5명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끌어낸 것'을 꼽았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 성사(4명), 남북 문제 해결 의지(1명) 순이었다.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작년만 해도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증폭됐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대화를 통해 평화 분위기로 바꿨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정부에선 북한 핵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끌어낸 것 정도에 만족하는 '관료적 접근'을 주로 했다"며 "현 정부가 북한 핵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 낸 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관계와 관련해 전문가 6명은 '잘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4명은 '중립' 또는 '유보'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동시에 전문가 4명은 '남북 대화에서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중점을 둔 것'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위성락 전 주(駐)러시아 대사는 "말로는 비핵화가 제일 중요한 이슈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남북 간 이벤트에 시선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북한은 현재 완전한 핵 폐기 대신 완전한 핵보유국을 선언한 상태"라며 "비핵화 없는 남북 관계 개선은 1·2 차 남북 정상회담처럼 결과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만 속도를 내려다 보니 국민이 이미 한반도 평화가 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北 비핵화 "이행될 것" 3명, "우려" 7명

북한 비핵화 협상·이행 전망에 대해 전문가 3명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나머지 7명은 "불완전하게 타협할 것" 또는 "이행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 교수는 "남북 대화에 드러난 북한 비핵화 의지는 매우 명확하다"고 했다.

반면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합의안에는 서명하겠지만 이를 이행할 때는 '미국이 무리한 검증을 요구한다'면서 중국 등에 기대 시간을 끌고 경제 보상만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간 공조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앉은 건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고수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할이 컸다"며 "문 대통령은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반면 신원식 전 작전본부장은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 있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윤덕민 전 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으로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보증 선 듯한 모양새가 됐다"며 "비핵화에 실패했을 때 국제 사회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남성욱 교수는 "정부가 희망적 사고와 기대감에 빠져 미·북 핵 협상을 부풀리거나 진의를 잘못 전달하면 가장 큰 피해는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