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드루킹 특검' 요구에 다른 조건들을 잇따라 내세우고 있다. 지난주엔 특검 수용 조건으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를 내걸었다. 그런데 7일엔 다른 법안 처리도 연계하자고 했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요구 조건이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는 24일 특검법을 처리하자"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등과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물관리일원화법, 국민투표법 등 자신들이 요구하는 '7대 필수 법안'을 동시 처리 패키지에 넣었다. 나아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생계형적합업종특별법, 가맹사업공정화법, 미세먼지특별법, 미투법 등 이른바 '7대 민생 법안'도 거론했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이 내놓은 특검 법안의 수정도 요구했다. 특검법 명칭을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으로 하자고 했다. 대상을 드루킹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어 3개 야권 교섭단체가 합의해 특검을 추천하고 여당이 특검 후보 비토권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원하는 대로 특검을 뽑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최순실 사건 특검 때 야당이 사실상 특검 추천권을 행사한 것과 다르다. 야당은 "특검 수용의 조건이 뭐가 그렇게 많으냐"며 "이는 사실상 특검을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 결렬 후 "(야당이) 단식 농성까지 하면서 실제론 드루킹 수사가 아니라 대선 불복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국가와 민생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했으나,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야당에 큰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요구했던 8일 오후 2시 본회의는 물 건너갔다"고 했다.

한편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김경수 의원은 "이제는 앞만 보고 고고씽"이라고 했다. 유감 표명이나 해명은 한마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