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정(JCPOA)을 둘러싼 갈등이 전쟁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협정 연장이냐, 파기냐'를 결정할 시한이 12일로 임박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파기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주 나쁜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존 케리(오바마 행정부 국무장관)가 보여줬던 불법적이고 은밀한 외교는 미국에 필요치 않다"며 이란 핵협정을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각)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마크롱은 전쟁 당사자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은 연일 미국에 '이란 핵협정 파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비밀 핵 활동 증거 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공개하며 TV 생방송도 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이란 입장에서는 당장의 주적으로 이스라엘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달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에 있는 이란 공군 기지를 폭격해 이란군 장교 7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6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이미 시작됐다"며 "전면전은 이제 시기의 문제"라고 보도했다.

이란도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는 강경 분위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군중 연설에서 "미국이 핵 협정을 탈퇴하는 즉시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후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보수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바마 정부와 핵 협정을 체결했던 로하니로서는 미국이 등을 돌릴 경우 내부적으로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막판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기존 핵 협정을 유지해야 이란의 핵 개발 계획을 제한하고 이란의 중동 내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협정 유지를 역설했다. 독일·영국·프랑스는 기존 협정을 수정해 보완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종료 예정인 핵 협정을 연장하고,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도 제한한다는 규정을 넣자는 것이다. 이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쟁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 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0.7% 오른 배럴당 70.17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70달러를 넘은 것은 3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