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풀린 야생(野生)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직선거리로 60~130㎞가량 떨어진 덕유산·속리산 등지에서도 출몰할 수 있다고 환경부가 2일 밝혔다. 반달곰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일부 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다른 산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등산객이나 산지 주변 주민들이 반달곰과 맞닥뜨릴 가능성도 커졌다.

◇"반달곰과 공존 정책 펼 것"

지난 2004년부터 환경부는 북한·중국 등지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하는 반달곰 복원 사업을 벌였다. 올해 초 새끼 여덟 마리가 야생에서 태어나는 등 현재 56마리로 늘어났다. 2020년까지 '최소 존속 개체군'인 50마리로 늘리겠다는 환경부 당초 계획이 2년 앞당겨 달성된 것이다. 최소 존속 개체군은 환경 변화나 유전적 변화로 인한 질환, 자연재해 등을 겪어도 100~1000년간 99% 생존할 수 있는 개체군 수준이다.

환경부는 반달곰의 평균 수명(약 20년)과 새끼 출산 속도 등을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약 40마리가 증가해 2027년엔 100마리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반달곰 개체 수가 늘면서 앞으로 덕유산, 속리산 등 중남부 권역까지 반달곰 활동 범위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서식지 관리 대상 지역을 넓히고 지역사회와 곰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반달곰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지리산 반달곰 한 마리가 백두대간을 따라 김천 수도산까지 약 100㎞ 이동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반달곰이 1회 이상 활동했거나 활동 반경에 들 것으로 보이는 전라도·경상도·충북 등 5개 도와 17개 시·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존 협의체'를 통해 덫·올무 등을 제거하고 밀렵 예방과 단속 활동을 강화한다는 게 환경부 계획이다.

◇반달곰 조우 가능성도 커져

반달곰이 많아지면서 사람과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환경부는 산간지역 주민 등에게 '곰 퇴치 스프레이' 등을 나눠주고 양봉·농작물에 대한 피해 예방을 위해 전기울타리 등 시설 설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달곰의 공격성이 높아지는 출산 및 이동 시기에는 지리산 인근 산지 탐방로에 반달곰 서식지 안내 현수막을 설치하고, 진입 금지 안내 방송을 하고, 대피소와 탐방로마다 곰 활동 지역과 대처 요령을 안내하기로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반달곰은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고 피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곰과 마주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만약 맞닥뜨리게 되면 조용하고 신속하게 자리를 뜨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생 동물 전문가 A씨는 "반달곰이 사람을 회피하는 습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람만큼이나 곰의 성격도 다양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곰은 대형 맹수라는 인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곰과 마주칠 경우 나무나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는 것은 금물이다. 반달곰은 나무를 잘 타는 데다 행동이 유연해 높은 바위도 쉽게 올라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