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北이 또 시간 끌지 못하게 해야"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큰 원칙에만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넣은 데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할 수 없다.

선언문에서 종전 선언 시점을 '올해'로 명기한 점과 향후 추진할 4자 회담 주체를 '남·북·미·중'으로 특정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서해 평화수역을 비롯한 내용 대부분이 기존 선언들을 재탕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외형적으로 잘 연출해 국민이 체감하는 북핵 위협은 낮춘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다. 흥분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을 언급하는 등 넓은 시야와 파격적인 연출로 '평범한 청년'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한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중국·러시아와도 접촉할 것이다.

비핵화 없는 종전 선언은 허무한 구호일 뿐이다. 최종 비핵화 전까지 국제적인 대북 압박 공조를 계속해야 하고, 북한이 또 시간 끌기를 못하도록 비용이 부과되는 틀을 구축해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국제 제재 틀 안에서 교류 확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의 성공작이다.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가 들어갔고 '완전한'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이는 사실상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뜻한다. CVID에서 C(complete·완전한)는 나머지를 다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당초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가 국제사회의 비핵화와 다른 의미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완전한 비핵화'로 잘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면 된다.

연내 종전 선언,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 10·4 선언상의 남북 교류 사업의 재추진 합의도 고무적이다. 교류 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차츰 넓혀 나가야 한다.

정상회담 장소를 판문점으로 잡은 것이 좋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차례나 남북을 오갔다. '정상 국가'로 가기 위해 확실히 전략적 변화를 택한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역시 '트럼프 리스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조를 확인해야 하고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 삼켜"

판문점 선언문을 보고 참담했다. '주객전도(主客顚倒)'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주메뉴는 비핵화였다. 남북 관계 개선은 디저트였다. 그런데 남북 관계 개선이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집어삼켰다. 김정은은 선언문 발표 때 '비핵화'를 언급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다'고 한 2005년 9·19 공동 성명보다도 훨씬 퇴보했다.

선언문에서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기 자기 책임과 역할을 한다'고 돼 있다.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 폐기를 포함한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로 보인다.

선언문에는 제대로 된 비핵화 문구 없이 남북 협력 사업 등 우리가 북한에 주는 것만 가득하다. 6·15 공동 행사, 문화 교류 행사 등은 또다시 대북 제재 문제를 낳을 것이다. 올 8월 예정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미 전술핵 철수에 이어 한·미 연합사 해체, 주한 미군 철수까지 북한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무장 해제할 기세다.

미·북은 북한의 미 본토 타격 역량을 동결하는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북핵 위협은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민족 공조를 강력한 한·미 동맹의 '대체재'라고 착각하는 순간 대비 없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