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직후 평화의집 앞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연설했다.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연설이 북 외부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도 최초다.

‘판문점 선언’ 후 악수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 서명한 직후 이를 그대로 읽는 대신 각자 미리 준비한 원고를 보며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첫머리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했다"며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문서에는 비핵화가 맨 마지막 부분에 짧게 나오지만 문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서 비핵화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 합의 사항을 거론한 뒤 "오늘 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민족 공동 번영과 통일의 길로 향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를 세웠다"며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남북 국민, 세계에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마지막에도 "대담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김정은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김정은도 "성공적 회담 개최를 위해 많은 노고를 바치신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온 겨레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새 시대를 열어나갈 확고한 의지를 같이하고, 이를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미 채택된 북남 선언들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해 나가는 것으로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역대 북남 합의서들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달리 비핵화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언에 포함된 합의 사항도 대부분 거론하지는 않았다.

두 정상은 연설에 앞서 평화의집 1층 로비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포옹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왼손을 잡아 번쩍 들어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