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김정숙 vs '연분홍' 리설주, 색 사전에 맞춘 듯 조화 이뤄
장식 배제한 단아한 의상… 리설주는 재클린 케네디 룩 연상시켜

남북 정상 내외가 27일 오후 판문점 내 평화의 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설주 여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첫 만남이 관심을 끌었다. 27일 오후 6시 20분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만난 남북 퍼스트레이디들은 파스텔 색조의 화사한 옷차림으로 남북 관계의 화해 분위기를 북돋웠다.

◇ 남북 퍼스트레이디, 파스텔 의상으로 화해 분위기 조성

김정숙 여사는 하늘색 원피스에 같은 색의 코트를 걸쳤다. 왼쪽 가슴 위에 커다란 브로치를 달고 귀걸이를 착용해 포인트를 줬다. 평소 스타일답게 단정함과 우아함이 돋보였다.

김 여사의 하늘색 패션은 이날 문 대통령이 파란 넥타이와 남색 정장 차림을 입은 것과 조화를 이룬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푸른색 그림의 재킷을 선보였다. 당시 청와대는 시작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첫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란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패션도 평화의 시작인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숙 여사와 북한의 리설주 여사가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파스텔 계열의 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리설주 여사는 연분홍 투피스로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 묶음 머리 스타일에 장신구 없이 검정 클러치와 하이힐로 수수하게 연출했다. 지난달 첫 외교 무대로 나섰던 북중 정상회담에서 입었던 투피스 스타일과 비슷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두 사람이 적절한 옷차림으로 내조 역할을 성실해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간호섭 패션 디자이너(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도 봄이 왔다는 걸 옷 색깔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라고 평했다. 봄을 상징하는 따뜻한 파스텔 색상에, 극도로 자제한 의상과 액세서리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상으로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 리설주, ‘재키 스타일’로 퍼스트레이디 패션의 전형 보여줘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적대적인 느낌을 주는 파랑과 빨강이 아닌, 옅고 온화한 파스텔색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조화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그는 “이런 색은 18세기 로코코 시대의 파스텔화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절대 왕정국가였던 바로크 시대를 지나 로코코 시대에 이르면서 온기를 품은 파스텔이 유행했다. 그 시절처럼 안락함과 편안함을 꿈꾸는 듯한 두 정상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숙 여사와 북한의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의향 패션 칼럼니스트는 “두 사람 모두 퍼스트레이디로서 안정적이고 격식을 갖춘 의상을 선택했다”고 논평했다. 특히 리설주가 입은 투피스 스타일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전 부인 재클린이 즐겨 입은 옷과 비슷한 형태로, 현재도 퍼스트레이디를 대표하는 옷차림으로 통한다.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무채색 계열의 치마 정장을 입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화려한 옷차림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우아함과 격식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색상에 대해선 “각자를 상징하는 색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리설주 여사가 입은 진달래색은 북한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색으로, 북의 체제를 상징하면서도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김정은의 인민복이 주는 사회주의적인 분위기를 중화시켰다”고 평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과 리설주는 평화의 집에서 잠시 환담한 뒤 만찬에 참석했다.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에서 개최된 1,2차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동행했지만, 정상 부부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