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후 2년만의 광산 매몰사고
다이너마이트 폭파 시간 못 맞춰
30톤 돌더미 무너지며 3명 사망

"아직 안 죽었어. 나 아직 못 믿겠어"
27일 자정, 강원 영월군 장례식장. 아내는 아직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 진모(64)씨가 철광산에서 매몰돼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온 상황이었다. 진씨는 30년 넘게 광산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온 우직한 가장이었다.

“가족들 모두가 광산일 하지 말라고 해도 나가셔서 매번 조마조마했는데…몇 년만 하고 손 떼고 농사 짓는다고 했었는데” 진씨의 넷째 동생도 굳은 표정으로 형을 떠올렸다. 곧이어 고함이 장례식장에 울려 퍼졌다. 진씨의 남동생은 회사 관계자를 향해 “사고가 터진 게 언젠데 지금껏 소식도 안 전해줬냐. 우리가 알아서 여기(장례식장)까지 찾아온 것 아니냐”며 소리쳤다.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이 빈소를 찾았을 때, 유족들은 격앙했다. 사망자 서모(63)씨의 가족은 장관을 향해 “사건 경위도 모르고 책임지는 것도 없는데 대체 왜 얼굴을 비추는 거냐”고 외쳤다. “이런 위험한 일 하는 줄 알았음 진작에 말렸지… 안전한 일 하고 있다고 했으면서” 그는 털썩 주저앉으며 바닥을 바라보기도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얼굴 들 염치는 있냐" “내 아들 내놔라" 빈소에서는 분노와 고함, 욕설이 간간이 터져 나왔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와 유족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 소통 안 돼 다이너마이트 발파
사고는 26일 오후 3시 56분쯤 발생했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내에서 발파작업을 하던 근로자 6명은 이번 사고로 돌무더기에 매몰됐다. 이중 진모(64)씨, 서모(63)씨, 심모(69)씨 등 3명이 숨지고 나머지 3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26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앞. 소방대원, 한국광물자원공사,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 등 28명은 마지막 매몰자를 구하기 위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망자 3명은 강원 영월의료원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부상자 3명은 충북 제천명지병원·제천서울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매몰된 근로자 6명 중 5명의 생사는 사고 직후 확인됐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매몰돼 있던 심씨는 사건 발생 약 4시간 30여분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심씨는 30톤(t)가량의 돌무더기에 매몰돼있었다.

사고 당시 근로자 6명은 갱구에서 5km를 들어간 뒤 수직갱도 500m 지점에서 발파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갱내에서 암석을 쪼개는 파쇄장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현장에 있던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처음에 14명이 작업하다 8명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나머지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작업자 간 의사소통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명주 한덕철광 사장은 빈소를 찾아와 유가족에게 "다이너마이트 발파를 누르는 근로자 2명이 작업이 끝난 줄 알고 발파를 눌러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빨리 터뜨린 것 같다"고 했고, 한덕철광 관계자도 "처음에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면서 30톤 가량의 돌이 떨어졌다"고 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려면 2달정도가 걸린다. 사고 당일은 구조작업에 중점을 두고 이후에 관련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것”이라며 “사고에 위법성이 있는지를 중점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칠흑 같은 어둠만 남은 사고 현장… 침통한 종합상황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덕철광 신예미 광업소 근처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오후 8시 23분쯤 마지막 사망자가 나오면서 동료들과 가족들의 흐느낌이 공사 현장에 울려 퍼졌다. 광산구호대, 소방대원 등 28명은 갇혔던 6명이 모두 나오자 구조작업을 끝내고 철수했다. 사고 현장은 외부인의 접근이 금지됐다. 공사현장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남아있었다. 반면 재해대책 종합상황실은 밤 11시에도 불이 환했다. 소방관계자, 광물자원공사 직원, 삼라마이다스(SM)그룹 관계자가 사고경위 파악 등을 위해 끊임없이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정선군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제2수갱 갱도건설 현장 내 ‘재해대책 종합상황실’ 모습.

재해대책 종합상황실에 있는 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박윤복 광산안전센터 소장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구조를 시작했는데, 마지막 매몰자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숨 쉬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고가 났지만, 최근에는 이런 사고가 많이 없지 않았나”라며 “사망자가 3명이라니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고개를 숙였다.

광산 관련 사망사고는 최근 광산 수 감소와 함께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광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2016년 3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강원 삼척시 백운광업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매몰된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