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직 국제 사회의 기대 이해 못해"
"미국이 함께 움직여 기대는 크다"
"화해무드, 주변국 경제발전에도 도움될 것"

남북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신기자들은 26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의 해외 취재진들.

독일 DPA(Deutsche Presse-Agentur)통신의 안드레아스 란트베어 기자는 이날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이번 회담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라 사실상 최초의 진정한 회담”이라며 “이전과 달리 북한이 핵을 완성했다고 보는 상태에서 (회담에) 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두 회담보다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란트베어 기자는 그러면서도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제작을 끝내고 난 후 제작소를 없애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제까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으로 당장의 군사적 대치 상황은 피하고 평화로 향하는 구체적인 조치 정도는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프랭크 스미스 기자는 “북한이 아직까지는 국제 사회의 기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이제까지의 과정을 보면 비핵화의 의지를 보이는 조치를 취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호리야마 아키코 서울지국장은 "2000년, 2007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보다 기대되는 부분은 미국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북정상회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과거보다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순 없다"며 "만약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조금이라도 인정하게 된다면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인 일본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또 “납북 문제도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미사일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영국 로이터통신 조슈아 스미스 기자는 “올해 들어 남북이 진지하게 대화하려는 모습이 이어졌고 대결 구도도 많이 풀어졌다”며 “그렇게 만든 자리이기 때문에 의미있는 협상이 오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이 주변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차이나비즈니스뉴스앤네트워크의 씨아오씽 췐(Xiaoxing Quan) 기자는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남북간 경제협력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남북 화해무드로 인한 경제적 변화가 주변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아오씽 기자는 “경제협력이 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비핵화와 경제는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라며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면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36개국 184개 매체의 외신기자 869명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취재진으로 등록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사이의 회담에 취재진으로 등록한 외신 기자 376명, 지난 2000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회담시 취재진으로 등록한 외신 기자 543명 보다 많은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