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우선 '비주'(서로 볼을 비비는 프랑스식 인사)부터 하며 활짝 웃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양복 옷깃 위를 두 손가락으로 몇 차례나 집고 털어내면서 "방금 비듬을 털어준 건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정상들의 공개 기자회견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제스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며 "나는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며 "프랑스 역사에 남을 지도자가 될 마크롱을 친구로 부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마크롱도 트럼프가 발표문을 낭독할 때 자신을 쳐다보자 동의의 표시로 윙크를 보내며 화답했다.

이날 기자회견뿐 아니라 2박 3일의 마크롱 방문 내내 이른바 두 정상의 '브로맨스(남자끼리의 우정)'가 눈길을 끌었다. 전날 만찬 장소인 '마운트 버넌(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린 원(미 대통령 전용헬기)을 타고 내릴 때도 두 사람은 서로의 팔과 등을 연신 쓰다듬었다. 나란히 앉아 이야기할 때 마크롱은 트럼프의 무릎에 손을 올려놓거나 팔뚝을 잡았다. 마크롱의 손은 틈만 나면 트럼프의 신체 일부에 접촉해 있었다. 이날 저녁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는 "우리의 스킨십이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1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대통령 별장에서 함께 자고 나서 "우린 콜게이트(Colgate) 치약을 함께 쓴 사이"라고 말한 이후 미 대통령이 보여준 가장 친밀한 모습이라고 했다.

손 잡고, 어깨 두드리고… 두 정상의 ‘브로맨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양복 옷깃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비듬을 털어주는 동작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트럼프와 마크롱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 장소에서 서로 손을 움켜쥐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친밀함을 과시한 두 사람은 회담 전 난제로 꼽혔던 현안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견을 좁혔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그동안 강경하게 파기 의사를 밝혀온 이란 핵 협정에 대해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마크롱은 "기존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하면서 모두가 염려하는 점을 망라해 (이란 핵 개발을 감시하는) 새로운 협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란의 중동 내 군사적 영향력을 지금보다 더 제한하고, 탄도미사일 개발까지 감시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하는 쪽으로 보완하자는 게 마크롱의 주장이다.

이에 트럼프는 "마크롱이 상당히 좋은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공언한 대로 5월에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이란을 압박하는 협정을 맺는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의미다. 이란 핵 협정에 대해 "재앙이다" "끔찍한 합의였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해 왔던 것과 비교하면 한결 태도가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란은 반발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5일 "마크롱과 미국이 7개국이 이뤄낸 합의를 바꾸고 싶다는데, 그들이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라고 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도 "핵 합의 수정은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3일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 밖에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연기해달라는 마크롱의 요청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우리(미군)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강력하고 지속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