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도서관을 활용하고 있다. 전철역과 도서관을 결합한 가재울도서관, 음악전문도서관, 미술전문도서관 등이 있다.

의정부시의 도서관이 변신하고 있다. 낙후된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는 쉼터, 노숙자를 배려하는 공간, 미술작품전시, 음악공연, 예술인 양성 등 다양한 활동이 도서관을 통해 이뤄진다. 책을 빌리고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기존의 개념이 깨지고 있다. 특히 의정부시의 도서관은 주변 지역의 특성을 잘 담아 뚜렷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전철 1호선 가능역에 있는 가재울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가재울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철로 다리 아래쪽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철이 지상으로 지나는 가능역은 그동안 철로 다리 아래쪽이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건물을 받치는 기둥만 곳곳에 박혀 흉물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회색빛에 굴다리처럼 형성된 공간에는 어려운 계층을 위한 무료 급식이 운영됐다. 그나마 임시 간이 텐트를 치고 운영한 탓에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특히 가능역 주변은 집값이 저렴해 의정부 전체로 볼 때 노인 및 저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변은 대표 구도심으로 낙후된 건물과 주택이 밀집돼 있다. 슬럼화 현상이 심각했다.

가재울도서관은 이를 고려했다. 머물고 싶지 않던 역사가 깔끔한 도서관을 통해 탈바꿈됐다. 우선 1층에는 도서관과 북카페를 갖췄다. 카페로 착각할 만한 최신식 인테리어와 정돈된 내부 분위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130석의 독서 공간과 언제든 쉴 수 있는 주민 쉼터가 마련됐다. 인근에 사는 노인들이 집 밖을 나와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 길라잡이'가 대표적이다. IT에 적응 못 한 노인들에게 기본적 사용 방법을 가르쳐 호응이 좋다. 도서관 옆에는 소외계층 등을 위한 무료 급식 장소가 마련됐다. 전과 달리 식당 형태로 이용돼 깔끔한 환경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전철 밑 여기저기서 흩어져 식사하며 전철 이용객에게 거부감을 줬던 풍경이 사라졌다.

가재울 도서관 2층은 12만권의 책 보관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은 부족한 책 보관장소를 확보하고 철도 소음을 최소화하는 완충 역할도 함께 한다. 가재울 도서관은 예산에 19억 원을 썼다. 규모는 지상 2층, 1908㎡ 크기다. 일반적인 공공도서관 건립 예산의 30% 수준이다. 공사 기간도 5개월가량 단축시킬 만큼 효율이 높다. 가재울이란 명칭은 가능동의 옛 지명에서 따왔다. 가재가 많이 사는 연못이란 뜻이다.

실제 지난 18일에 찾은 가재울 도서관은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찾은 이들이다. 전철을 타고 놀러 온 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은 꺼내 든 동화책을 빌린 뒤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근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집 밖을 잘 안 나가는데 도서관이 생기고 호기심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곳은 책만 빌려주는 것이 아닌 소외계층의 쉼터로서 사회적 기능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재울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굳이 찾아가지 않더라도 출·퇴근길 동선에 도서관이 있기 때문에 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글에 관심 없던 직장인들이 책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역을 이용해 다니는 주민들은 책을 벗 삼아 출·퇴근 한다. 홍순철(33)씨는 "의정부역에서 동두천 지행역까지 전철로 매일 출·퇴근하는데 중간 지점인 이곳에 가끔 들려 책을 빌려간다"며 "출·퇴근 짧은 시간에 읽는 글귀 한 구절은 바쁜 직장인의 삶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의정부시는 가재울 도서관과 같이 창의적인 도서관을 개발할 방침이다. 안병용 시장은 "과거 도서관은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처럼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도서관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됐다"며 "의정부의 도서관은 전국적으로 벤치마킹할 정도로 그 수준이 높다. 책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