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햇살 통통한 봄은 축제에 딱 좋은 계절이다. 광안리어방, 조선통신사, 낙동강 구포나루, 감천문화마을 골목…. 부산의 봄축제들은 '봄의 동선(動線)'을 따라 깃발들을 들고 나타나 사람들의 오감(五感)을 포위하고 점령한다. 바다→강→산. '삼포지향'의 병법이다.

4월은 봄 중에도 잘 익은 '중춘(中春)'. '중춘'의 절정인 27~29일, '광안리어방축제'가 열린다.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부산 수영구는 "'전통 어촌 민속'을 주제로 한 전국 유일의 축제"라고 말했다. '수영'은 어촌으로 조선시대 해군 기지(경상좌수영)가 있던 곳이다.

지난해 4월 말 광안리어방축제에 참가한 국내외 관광객들이 광안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어방그물끌기’를 하고 있다. 27~29일 열리는 올해 축제는 어방그물끌기 외에 사상 최초의 해상 뮤지컬 공연 등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독도 파수꾼 안용복 장군과 수영어방 탄생을 스토리 텔링으로 구성한 창작 뮤지컬 '어방'의 해상 공연, 4D해상멀티미디어 워터쇼, 200~300년 전 어촌마을을 재현한 수군(水軍)병영·어민마을·어촌공방 등 테마마을, 경상좌수사 거리 퍼레이드 등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마련돼 있다.

저 멀리 남쪽에서 날아와 항구로 상륙한 '부산의 봄'은 강으로, 들로, 산으로 퍼져간다. 봄축제의 파도는 27~29일 사하구 감천2동 '감천문화마을'로 들이친다. '감천문화마을골목축제'다.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로 알려진 곳이다. 낙후된 달동네 마을에 예술을 입혀 세계적 도시재생의 명소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만 200만명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다.

'골목, 하나됨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에선 주민·관광객들이 '백설공주'를 주제로 이색 의상을 입고 행진하는 골목나라 퍼레이드, 별 보러가는 계단으로 유명한 148계단 플래시몹, 골목길 깜짝 퍼포먼스 등이 펼쳐진다.

봄은 시간을 따라 익어간다. 5월은 '늦은 봄', '가득찬 봄'이다. 부산의 찬란한 5월은 조선통신사로 시작한다. '조선통신사 한일문화교류축제'다. 오는 5월4~6일 중구 광복동 등지에서 열린다. 축제가 '글로벌'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번 축제는 작년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등재' 이후 열리는 첫 행사. '함께, 미래로'를 주제로 정했다.

지난해 ‘원도심골목길축제’ 를 찾은 관광객들이 영도구 흰여울마을 스토리 투어를 하고 있다.

'봄 바람'은 바다에서 강으로 산들산들 불어간다. 5월11~13일 낙동강 변 북구 화명동 화명생태공원 등지에서 '낙동강 구포나루 축제'가 개최된다. 구포나루는 낙동강이 소금·생선 등 산물의 주요 수송로로 쓰일 때 나루터가 있던 곳. 교통, 산물 집산의 요지였다. 200년 전 구포나루 모습 등을 재현한 '문전성시', 낙동강 용왕제, 강나루 뗏목·황포돛배 타기, 덜 익은 밀을 불에 그을려 알맹이만 빼먹는 밀사리 등을 실제 해보는 강나루 밀사리 체험 한마당 등의 행사가 준비됐다.

19~22일 '해운대모래축제'는 '모래'라는 하나의 테마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진행된다. '영웅, 모래로 만나다'를 주제로 5개국 11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선보인다. 나의 영웅 퍼레이드, 모래조각을 배우는 샌드아카데미, 어린이 체험마당 '샌드 플레이 체험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이쯤 부산은 봄에 취한다. 골목이, 바다가 꽃이 된다. '원도심 골목길축제'. 5월26~27일 '골목길 따라 추억을 걷다'는 주제로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 들었던 중, 서, 동, 영도구 등 부산의 원도심에서 열린다.

5월26~27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등지에서 '부산항축제'가 열린다. 부산항과 부두, 선박 등을 직접 가보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다. 부산시 김윤일 문화관광국장은 "부산의 봄축제에선 산이 바다고, 바다가 산이고 바다와 산이 골목에 산다"며 "이들 축제를 즐기다 보면 마음이 씻기고 맑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