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소설과 법정 스릴러 기법을 결합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조명하려고 했습니다."

조광희(52) 변호사가 첫 추리 소설 '리셋'(솔 출판사)을 냈다. 영상물 및 저작권 전문가인 조 변호사는 문화계의 이방인이 아니다. 그는 영화계에서 법률 자문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도 지냈고 영화평도 발표했다. 친구들과 함께 독립영화사 '파이 엔터테인먼트'를 세우기도 했다. 문예지에도 곧잘 글을 발표하더니, 마침내 청년 시절의 습작 기억을 되살려 추리소설에도 도전했다. 문단 추천의 관행을 깨고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데뷔한 것이다.

조광희 변호사는“앞으로도 소설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했다.

조 변호사가 낸 장편소설 '리셋'은 정치 음모에 휘말린 변호사가 권력과 금력(金力)의 영향을 받은 검찰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사회파(社會派)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변호사가 법정에서 검찰과 치열하게 펼치는 공방이 스토리의 중앙에 자리 잡은 가운데, 반전을 거쳐 정계와 재계, 언론계까지 아우르면서 우리 시대 권력의 폐해를 지적한 범죄 소설이기도 하다.

조 변호사는 "나쁜 권력이 공기처럼 퍼져 있는 가운데,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대사회에서 한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 윤리적 기준을 지키면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다뤄봤다"며 "2년 전 구상했던 소설을 지난해 여름부터 쓰기 시작해 200자 원고지 900장 분량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친구도 많지만, 이 소설에서 검찰이 악역을 맡은 것은 권력 조직의 나쁜 측면을 집중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유력 정치인 주변에서 전략가로 활동하는 정치 컨설턴트의 음모를 그리면서 우리 정치권의 폐해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소설 '리셋'의 제목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욕심 내기 때문에, 제대로 견제당하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담합해 상호 이익을 챙긴다"며 "그래도 문제 해결은 법률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법학의 울타리를 넘어서 다양한 문화 취향을 소설에 집어넣기도 했다. 일본 시인 바쇼의 하이쿠,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철학을 지향하는 현대 미술 등 요즘 우리 지식인 사회에 성행하는 문화 기호(記號)를 반영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은 미래 사회를 무대로 한 SF 법정 소설"이라며 "인간을 복제한 안드로이드가 그 사람을 살해한 죄로 재판받는 상황을 상상해 인공지능 시대의 법학과 윤리를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