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 결정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힐 전 차관보는 20일(현지 시각) ‘미국의 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완성해 실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정치적인 결심이 아니라 기술적 선언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에 협의할지를 파악하기 전까지 북한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6차례의 핵실험으로 노후화된 곳이라고 지적하며 비핵화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풍계리 실험장 일부 갱도가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때문에 이 실험장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폐기한다는 발표를 너무 긍정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번 발표가 북한이 미국에 전달했다는 비핵화 의지와 일관성이 있냐는 질문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비핵화를 하려면 어떤 검증 절차를 밟을 것인지 논의하고 핵 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결정을 해야 하지만 이와 관련된 어떤 것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발표로)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가정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면서 비핵화를 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가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도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이 이런 열망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앞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핵무기 문제를 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다만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뜻하는 비핵화가 ‘핵실험 보류’라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예비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 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파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