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통계 영향 받도록 허위 정보 입력만 해도 유죄"
드루킹 일당, 매크로 이용해 댓글마다 600여회 조작
추가 기소 가능성도...與 지시·보고관계 여부가 관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49·필명 드루킹)씨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포털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다. 컴퓨터와 같은 전산장비를 물리적으로 손상시키거나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한 경우 적용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비슷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광고대행사 대표 A씨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사이트의 검색 기능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결과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포털에 허위 클릭 정보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홈페이지에 수만명이 접속한 것처럼 집계되도록 조작한 것이다. 이 홈페이지는 노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1심은 “단지 클릭 신호만을 보낸 것만으로 포털사이트 운영의 예상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방해죄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유죄라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은 “허위 정보를 입력해 포털이 통계를 잘못 인식하도록 했다”며 “이용자들의 검색 및 접속 횟수 등에 따라 검색순위를 표시하고자 하는 포털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실제 검색 순위의 변동 여부를 떠나 허위의 클릭정보가 통계에 반영된 것만으로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외관은 A씨 사건과 유사하다.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의 게시물 순위 선정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네이버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사무실에서 네이버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의 공감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네이버 아이디 600여개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제 네이버 이용자들이 댓글의 공감 버튼을 누른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씨와 A씨 사건이 비슷한 구도지만, 김씨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더 강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형사전문 법률사무소YK 이경민 대표변호사는 “법원에서 판단할 때 단순 죄명만이 아니라 죄질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조작을 한 것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범죄가 미친 파급력 등을 고려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아이디 사용도 만약 동의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절도죄가 문제될 수 있다”며 “비방 목적으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댓글에 담은 것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조작의 결과물이 허위사실 등 특정 정당이나 소속 정치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상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제공자에게 활용목적과 시기, 범위 등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고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하면 최대 징역 10년 또는 1억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이디를 제공한 경공모 회원들은 댓글조작에 동의한 공범과 김씨에 의한 개인정보 무단수집의 피해자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경찰 보강수사를 통한 추가기소 가능성도 열려있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이용한 금융계좌, 통신기기 등과 함께 김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씨가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김 의원과 이들 일당이 일반적인 지지 관계를 떠나 지시·보고 관계에 이르렀다면 불법 정치자금이나 부정청탁 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 다만 앞서 김씨의 다른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때 검찰은 김씨의 자금흐름이 민주당과 연계된 흔적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