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바'(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별칭)는 정치적 보복으론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끊임없이 화해 메시지를 전했고, 아프리카와 세계의 희망이 됐습니다."

노주코 글로리아 밤〈사진〉 주한 남아공 대사는 19일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올해는 마디바 탄생(1918년 7월 18일) 100년이 되는 해이자, 남아공과 한국이 수교한 지 사반세기가 되는 해"라면서 "만약 마디바가 살아 있었다면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수교 기념식에 참석해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델라는 백인 정권 당시 27년간 반란죄로 옥살이했지만, 백인들을 포용하며 범국민적 화해 운동을 펼쳐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철폐하는 데 성공했다.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흑인과 백인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 선거에서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조사를 엄격히 하면서도, 사죄의 뜻을 보이는 구정권 범죄자들을 대거 사면하고 경제적 지원도 하는 '용서의 정치'를 펼쳤다.

밤 대사는 "마디바는 '태어날 때부터 인종차별주의자인 사람은 없다' '잘못된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 탓에 사람이 변질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밤 대사는 남아공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남아공 백인 정권이 외세에 맞서 정권 유지 수단으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다 전격적으로 핵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밤 대사는 "마디바와 마지막 백인 정권 대통령 데 클레르크는 정권 교체기인 1990년대 초 자발적으로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후 남아공은 핵무기 없이도 국가 안보를 지키면서 경제적 발전도 이루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백인 정권 당시 남아공에서 태어난 밤 대사는 만델라 정부 출범 이듬해인 1995년 국가안보부에 들어가 20년간 근무하다 2015년 한국 대사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