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경영하다 보니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일본 음식점이라 일본인들이 꽤 찾는 편인데, 이들의 습관은 한국인들과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별것 아닌 차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느끼는 바가 많았기에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첫째, 신용카드 서명(署名)이다. 일본인들은 카드로 결제할 때 전자펜을 들어 한 글자씩 또박또박 서명을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인들은 일필휘지로 휘갈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가장 많은 서명은 귀찮은 듯 무심한 듯 손가락으로 스윽 그은 일(一) 자나 동그라미이다.

이보다 더 큰 차이는 일본인들의 카드는 뒷면에 거의 예외 없이 소지자 서명이 기재돼 있지만, 한국인들의 카드에는 대부분 서명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모든 신용카드 뒷면에는 반드시 서명 후 사용하라는 경고가 적혀 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서명 기재가 없는 카드는 타인의 부정 사용 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영수증 내역이다. 일본 정부나 기업 관계자들은 경비(經費)로 처리하는 식사를 한 경우 내역이 포함된 영수증을 요구한다. 규정상 영수증에 내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손님들은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경우 내역 없이 총액만 나오는 영수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예약 문화이다. 일본인들은 충분한 기일을 두고 예약하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예약일에 임박하여 먼저 확인 전화를 주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들에게는 당연한 예약 문화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 손님들과는 예약 착오로 인한 갈등이나 노쇼(No-Show) 문제가 없다. 예약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경우 일부러 전화를 해서 조금 늦겠다고 알려줄 때에는 그 배려심이 고마울 따름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숭고한 개혁이나 적폐 청산을 외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보다 안전한 사회, 깨끗한 사회, 스트레스 적은 사회는 구성원 각자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작은 안전, 정직,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