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외국어학원에서 30·40대 직장인 10여명이 베트남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 학원은 지난 2월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한 후 한 달 만에 수강생이 11배 늘었다.

"신 짜오(안녕하세요)." "럿 부이 드억 꿍 람 비엑 아(함께 일하게 돼 기쁩니다)."

18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외국어 학원에서 수강생들이 더듬더듬 입을 뗐다. 이들이 배우는 언어는 베트남어다. 30·40대 직장인 수강생이 많다. 수강생 김모(41)씨는 "요즘 중국어보단 베트남어가 대세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배운다"고 했다.

베트남어를 배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일대에는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한 학원이 8군데나 된다. 지난 2월부터 베트남어 전문 강좌를 시작한 한 학원 관계자는 "개설 한 달 만에 수강생이 급증해 반을 1개에서 11개로 늘리고, 강사도 2명에서 5명으로 보강했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한한령(限韓令) 이후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 됐다. 2017년 한국의 대(對)베트남 수출은 전년 대비 46.3% 늘었다. 한 온라인 베트남어 학원 관계자는 "대부분 수강생이 비즈니스를 위해 배운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에 부는 '한류'도 베트남어 인기에 한몫한다. 한 학원 관계자는 "현지에서 한국 문화와 박항서 축구 감독에 대한 호감이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5500곳 정도다. 서울에서 엔지니어링 업체를 운영하는 박종운(54)씨는 지난 2월 현지 사무실을 얻고 베트남 출신 대학원생에게 그룹 과외를 받고 있다. 박씨는 "베트남은 중국보다 기술 복제 등의 문제가 적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비즈니스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사내 베트남어 강좌를 개설한 기업도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지에서 한식이 인기를 끌면서 일주일에 2~3번씩 외부 강사를 초빙해 초급 베트남어 강좌를 연다. 베트남어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증가 추세다. 베트남어 능력시험인 'OPI' 응시자 수는 2017년 기준 8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5% 정도 늘었다. 응시생 대부분이 20대인 다른 외국어 인증시험과는 달리, 응시생의 80% 이상이 30·40대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