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얼마 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친구를 만나고 자정 무렵 귀가하려고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도착한 택시 기사는 "원래 택시비 1만~2만원을 받을 수 있는 장거리 손님을 태워야 하는 시간대인데 그냥 손님을 태우기로 했다"며 "지금은 5000원짜리, 6000원짜리 손님은 태우는 시간이 아니다"고 했다.

집까지 택시 요금이 7000원 정도인데, 졸지에 '7000원짜리 손님'이 된 듯해 마음이 불편했다. 다른 날에는 택시가 먼저 호출 지점에 도착해 급히 뛰어갔더니 "지금 손님이 사방에 깔려 있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니냐"는 훈계를 들은 적도 있다.

서울연구원의 '2014 택시 서비스 평가 용역'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청 인근과 강남역 등은 서울 시내에서 택시를 잡기 가장 어려운 지역이다. 밤에 택시를 기다리다 30~40분을 보내는 일도 많으니 택시가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서울 시민이 하루에 택시를 기다리며 보내는 시간은 19만7000여 시간으로 추정된다. 일부 택시 기사의 퉁명스럽거나 위협적인 언행, 거친 운전 습관 등도 손님 처지에선 마뜩잖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스마트폰 앱 기술을 활용해 36년 만에 택시 합승(合乘)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대신 '차라리 우버를 허용하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 많았다. 우버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해 심야 시간 교통수단 공급을 늘리고, 서비스 경쟁을 통해 택시 서비스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은 2014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개인 자가용으로 유상 운송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승객과 자가용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우버 엑스'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 서비스는 결국 퇴출됐다. 이후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콜버스나 풀러스 등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들도 늘 '불법 논란'과 택시 업계 반발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실 정부가 택시 합승 허용 등을 고민한 데는 합승으로 택시 기사들의 수입이 일부 늘어나면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에 대한 반발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도 숨어 있었다.

서울시는 신분을 숨긴 모니터 요원이 택시에 타 서비스를 평가하는 '암행 점검' 등 각종 단속·점검을 통해 택시 서비스를 개선해보려 했다. 안타깝지만 이런 노력에도 택시 이용자가 체감할 만큼 서비스가 개선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심야 택시 승차난은 여전히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다. 국토부 등 정부가 승차 공유 서비스의 과감한 허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