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어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 측의 직간접 사퇴 종용이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난 1일 열린 포스코 50주년 기념식에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만들겠다"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둘 이유가 없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됐다. 이제 정부는 주식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면 회장이 바뀌는 것이 무슨 공식(公式)처럼 됐다. 과거에는 관성적으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은 그럴 수 없게 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3년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고 검사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물러났다. 그 경제수석은 최근 강요와 협박이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도 유죄를 받았다. 이제는 권력이 민간 기업에 이런 압력을 넣으면 감옥에 간다. 포스코 권 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가한 사람이 있다면 그도 감옥에 가야 한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訪美) 당시 대규모 경제사절단에서 권 회장을 제외시켰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뒤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 등 대통령 해외 순방단에서도 권 회장을 제외시켰다. 한국 기업인 중에 이걸 정부의 퇴진 압박으로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도 물러나지 않으면 검사들을 동원한다. 마침 동병상련 격인 KT 회장이 경찰에서 20시간 넘게 밤샘 조사를 받았다. 권 회장으로선 심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검사들이 나서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언젠가는 이 문제도 수사를 통해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