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고3이에요. 그 아이만 대학 가면 육아도 끝이고, 그럼 내 꿈을 펼쳐봐야죠." 손미영(50) 씨의 꿈은 세계적인 디저트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항공사 승무원을 거쳐 외국계 회사 해외사업 본부장까지 지낸 그녀는 "젊은 시절 세계 각국을 다니며 디저트에 관심이 많았다. 나만의 디저트 철학을 갖고 세계를 돌며 강의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찾은 곳은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숙명 아카데미다.

이성수(30) 씨는 재작년까지 유명 글로벌 종합광고대행사 직원이었다. "셰프가 되고 싶었어요. 요즘 셰프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지만 요리하는 게 좋았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것 같아 인생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 씨의 선택도 르 꼬르동 블루였다. 그는 이미 요리 디플로마를 취득했고, 현재 제과 과정을 밟고 있다. 본고장 식당에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프랑스 요리와 아름다움과 맛을 겸비한 디저트를 함께 서빙하는 레스토랑을 여는 게 이성수 씨의 꿈이다.

르 꼬르동 블루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명한 요리 교육기관이다. 1895년 파리에서 처음 출범해 12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을 비롯해 20개국 35개 캠퍼스에서 연간 2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유명 셰프인 샘 킴도 르 꼬르동 블루를 나왔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는 2002년 숙명여대와의 협약을 통해 설립됐고, 2007년엔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내에 르 꼬르동블루 외식경영학과가 생겼다. 현재는 숙대 글로벌 사회교육원 산하에 속해 있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는 1년에 계절별로 4개 학기를 개설한다. 과정은 요리, 제빵, 제과 등 세 가지. 제빵 과정은 발효에 대한 노하우를 연구하고 전 과정이 모두 실습으로 짜여져 정원이 1학기 12명으로 매우 적다. 지난해 졸업자 수는 제과 과정이 111명으로 가장 많고 요리 과정과 제빵 과정이 각각 48명이다.

6명의 셰프 강사는 모두 프랑스에서 파견된 사람들이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출신을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들이 프랑스 미식의 전통과 기술을 프로그램화하여 그 전문성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는 것이 전은지 마케팅·홍보 매니저의 말이다.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손미영(왼쪽) 씨와 이성수 씨.

요리에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 통역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아도 외국 셰프의 가르침을 받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커리큘럼도 모든 캠퍼스가 동일합니다. 파리 캠퍼스에서 만드는 요리를 여기서도 똑같이 만드는 것이죠. 한국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기 때문에 다소 메뉴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사실상 프랑스에 요리 유학을 떠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의 1년 교육비는 3000만원 가량(요리 디플로마 기준).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파리로 유학을 떠나는 것과 비교하면 체재비, 어학연수비 등을 절약할 수 있어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가 훨씬 가성비가 좋다는 게 이성수 씨의 말이다. 이 씨는 “르 꼬르동 블루의 학사관리는 엄격하다. 수업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강의를 들을 수 없고, 성적이 나쁘면 졸업을 못 한다. 그럼 학비를 또 내고 처음부터 다시 수강해야 한다. 그럼에도 입학 대기생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현재 제과는 평균 6~9개월, 요리는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는 2014년 이후 매년 5~6% 정도 학생수가 늘고 있다. 전은지 매니저는 “몇 년 전부터 셰프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작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자나 다른 대학을 중퇴한 학생도 많이 늘었다. 아무래도 취업난이 지속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요리 과정에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많아 30~40%를 차지한다. 반면 제과 과정은 40~50대가 5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