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로큰롤을 논하지 마. 나는 이걸 30년이나 해왔다고!"

한국 1세대 헤비메탈 밴드 블랙신드롬이 최근 17년 만에 내놓은 10번째 정규앨범 '에피소드'에서 외친다. 'I Was A Rock'이란 노래에서다. 그들이 말하는 'Rock'이란 로큰롤이면서 동시에 1988년 데뷔해 올해로 30년째 바위(rock)처럼 버티고 있는 그들 자신이기도 하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국내 1세대 헤비메탈 밴드‘블랙신드롬’. 왼쪽부터 김재만(기타), 박영철(보컬), 최영길(베이스). 일본 사는 드러머 히데키 모리우치는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스스로“놀 만큼 논 늙은이”라 말하지만 묵직한 연주와 포효하는 보컬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원년 멤버 박영철(보컬·53)과 김재만(기타·54)은 어느새 50대가 됐는데, 여전히 긴 머리에 검은 티셔츠 차림이다. 베이스는 최영길(48), 드럼은 일본인 히데키 모리우치(53)가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서교동 프리즘홀에서 만난 이들은 30주년 소감을 "엎드려 절 받기"라며 웃었다. "꼭 환갑잔치 같잖아요. 후배들이 '할아버지, 오래 사셨네요' 하면 우리는 속으로 '형이라고 불러' 하죠."

시나위·부활에 이어 한국 메탈을 개척한 이들은 1989년 일본 NHK TV에 '넘버원 헤비메탈 그룹'으로 소개되며 일본과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여전히 한국에서 헤비메탈은 '이방인의 음악'이고 쌍팔년도 이미지에요. 아직도 '머리 왜 기르냐' '검은 옷 좋아하냐'라고만 묻죠." 김재만은 "인터뷰할 때도 화력발전소나 폐가 같은 데서 사진 찍자고 한다. 서울 시내 안 가본 공장과 폐가가 없다"며 웃었다.

새 앨범이 늦어진 것도 "디지털 음악 시대에 비주류 음악, 특히 헤비메탈은 투자받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딥퍼플 듣는다 하면 '록부심(록 자부심)'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록 음악 들으면 오히려 꼰대 취급하잖아요." 그래도 모두 페이스북에 인스타그램까지 활발히 한다. "인기가 있든 없든 계속 대중의 마음을 두드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영철은 "실력 있는데 집에만 있는 '방구석 기타리스트'들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새 음반은 정통 헤비메탈의 묵직하면서도 쫄깃한 기타 사운드로 가득하다. 짐승처럼 포효하는 박영철의 목소리는 영원히 녹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하다. 이들의 목표는 '무병장수'. "오래 살아야 라이브도 오래 할 수 있다"고 김재만이 말했다. "내일도 오늘같이, 내일모레도 내일같이 보냈으면 해요. 우린 음악밖에 모르고 살아왔으니까, 계속 음악 할 수 있게." 이들은 5월 19일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다른 메탈 밴드들과 함께 콘서트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