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부의장에 세계 최대 채권운영사 핌코의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클라리다가 임명됐다. 이달 초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차기 총재로 임명된 존 윌리엄스에 이어 또다시 ‘백인 남성’이 미국 통화 정책 관료로 뽑힌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 연준 부의장으로 클라리다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스탠리 피셔 전 부의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조기 퇴임하면서 연준 부의장 자리는 6개월가량 공석이었다. 클라리다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공식 선임된다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함께 연준의 리더십을 책임지는 ‘3인방’ 자리가 모두 백인 남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리처드 클라리다는 오는 10월 물러나는 스탠리 피셔의 뒤를 이어 연준 부의장을 맡는다.

클라리다는 지난 1998년부터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를 맡았으며, 2002~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를 지냈다. 2006년 핌코에 합류해 연준의 통화정책 등을 분석해왔다.

경제학자인 클라리다가 연준 지도부에 진입하게 되면서 비경제학자 출신인 제롬 파월 의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파월 의장과 같은 공화당원이기도 하다.

클라리다의 통화정책 성향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라리다는 이상주의자라기보다는 실용주의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백인 남성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아직 클라리다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연준의 다양성이 강화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전후로 많은 연준 지도자가 사임하면서, 이례적으로 트럼프는 많은 통화 정책자를 직접 임명하게 됐다”며 “워싱턴에 주재하는 연준 이사회 멤버 7명 가운데 6명을 트럼프가 고용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NYT도 “남은 연준 이사회 멤버 4명도 모두 트럼프가 자신의 입맛대로 채워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의 연준 부의장 지명자 발표 몇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 금리가 오르고 있다”고 썼다. NYT는 “트위터만 봐서는 미국 금리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불확실했는데, 몇시간 뒤 발표된 지명자의 성향을 보니 금리 상승을 반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