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년 간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며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억울함을 토로 했다.

전날 자진 사퇴한 김 전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며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도 했다.

선관위는 전날 김 전 원장의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단했고 김 전 원장의 사퇴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막판인 2016년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김 원장은 초기 가입비로 1000만원을 냈고, 월 회비로 20만원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선관위는 “선거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다”고 답변했었다.

그는 “저에 대해 제기된 비판 중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돌이켜보면 어느 순간 저의 삶이 뿌리째 흔들린 뒤, 19살 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30년 가까이 지켜왔던 삶에 대한 치열함과 자기 경계심이 느슨해져서 생긴 일이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같이 다녀와 논란이 됐던 인턴 비서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저로 인해 한 젊은이가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억울하게 고통과 상처를 받은 것에 분노하고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평생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라고 했다.

김 전 원장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지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제가 존경했던 참여연대 대표님과 관련된 일이 떠올랐다”며 “그분은 평생을 올곧게 사셨고, 그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할 수조차 없는 평생 모으신 토기를 국립박물관에 기증하셨던 분이다. 그러나 공직에 임명되신 후 가정사의 이유로 농지를 매입한 일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셨고, 그 저간의 사정을 다 알면서도 성명서를 낼 수밖에 없다며 눈물 흘리는 저를 오히려 다독이시고 사임하셨다”고 했다.

여기서 언급된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됐다 물러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인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최 위원장은 지난 2004년 임명됐으나 부인의 위장 전입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고 시민단체의 비난 등 여론의 압박에 밀려 결국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는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적 흠결”이라는 성명을 냈는데 당시 김 전 원장은 사무처장이었다.

이어 “저는 비록 부족하여 사임하지만 임명권자께서 저를 임명하며 의도하셨던 금융개혁과 사회경제적 개혁은 그 어떤 기득권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