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곤·KBS 아나운서

탈모 클리닉에 갔더니 의사 머리도 듬성듬성하다. 물어물어 찾은 요가학원은 강사 뱃살이 만만찮고, 동네 체육관 트레이너는 인상이 불량하다. 상담도 하기 전에 미덥지가 않다.

과거엔 내용과 알짬을 중시하고 형식은 겉치레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젠 형식이 중요한 시대다. 대중 앞에서 말하기도 그렇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앞서 '상대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관건이다. 사람들은 메시지 이전에 메시지 전하는 사람을 먼저 파악하고 싶어 한다. 얼굴·표정·머리모양·화장·의상·구두·액세서리 등을 직관과 감각으로 속속들이 스캔하고 자신의 가치 기준과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집중과 몰입을 사절하는 것이다. '매력자본'의 높아진 위상이다.

매력자본은 우선 외모다. 일찍이 장자(莊子)는 '도척편(盜跖篇)'에서 설파한다. '용감무쌍한 것은 하덕(下德), 두루 많이 아는 것은 중덕(中德), 키 크고 아름다운 것이 상덕(上德)이다.' 물론 다소 우화적이고 반전의 묘를 부각시키는 것일 터다. 그러나 준수한 용모는 나를 드러내는 가장 힘센 무기며 경쟁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성형 시술을 하자는 게 아니다. 매력 포인트를 최적화시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뜻이다. 특히나 젊은이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머리 모양과 패션에 대한 스타일과 색감, 피부 톤에 맞는 메이크업 등 언필칭 '형식미'를 평소에 꼼꼼히 다져 놓을 일이다. 도전적 상황에서 빛을 발하려거든 최선의 자기 모습을 세팅하고 부단히 체크해야 전략적이다. 어려운 자리, 모르는 사람 앞일수록 더 그렇다.

소통 만능의 시대, 메시지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메소드'를 놓치고 있진 않은가. 어떤 형식에 담아 누구를 상대로 무슨 방법으로 전할지가 요체다. 화려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도 준비된 스타일과 메소드가 동반되지 못하면 헛심 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