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의원 임기 만료 직전에 자신의 선거 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기가 회원인 의원 모임에 기부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날 김 원장 사의를 수용했다.

김 원장 거취는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선관위로 가져갈 문제가 아니었다. 내정 직후부터 온갖 의혹이 터져 나왔다. 19대 의원 시절 피감 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간 것만 세 차례다. 의원 임기 4년 동안 월 900만원의 세비(歲費)를 모아 현금 재산만 3억5000만원을 늘렸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 임기 만료 열흘 전 정치 후원금으로 비서와 둘이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나. 결국 국민의 절반이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선관위 판단'을 받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번 일에 대해 누구를 원망할 게 아니라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참여연대 출신인 김 원장에 대한 조사를 같은 참여연대 출신 조국 민정수석에게 맡긴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특히 조 수석은 재검증까지 하고도 김 원장 행위를 '적법하다'고 했다. 이 정부에서 조 수석이 인사 검증에 실패한 차관급 이상만 7~8명에 이른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 티끌만 탓하는 식의 검증을 한 것은 아닌가. 문제 있는 인사를 발탁하고, 검증에 실패하고, 이를 감싸기만 했던 청와대 라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제2의 김기식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