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35)로 추정되는 인물의 고성과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조 전무로 추정되는 여성의 음성이 담긴 4분22초 분량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음성파일은 이 여성이 누군가에게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이라며 고함을 지르면서 시작된다.

여성은 상대방이 대꾸를 하자 "누가 몰라 사람 없는거? 난 미치겠어"라고 쏘아붙였다. 여성은 시종일관 반말로 일관했다. "근데 뭐" "내가 너한테 물어볼 거야" "나한테 보고하라 그랬지" "네가 뭔데" “됐어 가” “나한테 왜 이래 진짜” 따위의 말로 몰아세웠다. 여성의 고함이 2~3분간 이어지는 내내 사무실은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와 헛기침 소리만 간간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파일이 끝나갈 때쯤에도 여성은 화를 삭이지 못해 "어우 진짜" "이씨" "아이씨"라며 씩씩거리는 소리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음성파일은 대한항공 내부 직원이 제보한 것이다. 제보자는 조 전무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에 화가 나 음성파일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대한항공 본사에 있는 집무실에서 조 전무가 간부급 직원에게 욕을 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라며 녹음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보자는 "조 전무의 집무실이 있는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직원들에게 폭언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는 음성이 녹음된 시점이 나오지 않는다. 이 매체는 “신분이 노출될 것이 걱정돼 제보자가 녹음 날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보자는 "조 전무가 늘 폭언과 갑질을 해온 탓에 녹음이 언제 이뤄진 것인지 특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 전무가 화를 내면 으레 '또 시작했네'라고 속으로 생각하곤 한다"고 했다.

제보자는 조 전무가 평소에도 나이가 많은 간부급 직원들에게 막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자기 뜻과 다르면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녹음 파일에 대해 "음성파일 주인공이 누구인지, 언제 어떤 상황이었는지 등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앞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도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비난을 받았다. 조 전무는 지난달 중순 대한항공 광고를 제작하는 H사와 가진 회의에서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담당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분이 풀리지 않은 조 전무가 팀장의 얼굴을 향해 물을 뿌렸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대한항공 측은 “바닥에 던진 물컵의 물이 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무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진 12일에 베트남 다낭으로 휴가를 떠난 것이 알려져 “갑질 논란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전무는 지난 15일 새벽 귀국하며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제가 어리석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광고대행사 직원의 얼굴을 향해 물을 뿌렸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얼굴에 뿌리지 않고 밀쳤다”며 부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조 전무의 갑질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대한항공의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