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선미씨 남편 고모씨는 작년 8월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조모(28)씨에게 살해당했다. 처음엔 우발적인 살인 사건인 듯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조씨는 경찰에서 "친척과 상속 다툼을 벌이던 고씨가 소송 정보를 넘겨주면 10억원을 주기로 했는데 1000만원밖에 주지 않아 홧김에 살해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고씨는 재산 다툼을 벌이던 외사촌 곽모(39)씨에 의해 청부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곽씨는 2016년 11월 재일교포 재력가인 할아버지가 갖고 있던 서울의 680억원대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해 빼돌렸다. 이를 안 할아버지는 고씨의 도움을 받아 곽씨 부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앙심을 품은 곽씨는 고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일본 어학원에서 알게 된 조씨에게 "고씨를 죽이면 2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망설이던 조씨에게 곽씨는 "(살해 후) 필리핀에 가서 살면 되지 않겠냐. 감옥에 들어가면 어머니와 동생 생계를 책임지고, 변호사 비용도 대주겠다"고 회유했다. 결국 조씨는 고씨에게 "곽씨와의 재산 분쟁에 유리한 정보를 주겠다"며 접근해 그를 살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11일 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곽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씨는 할아버지 재산을 독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고씨와 갈등이 생기자 평소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한 조씨를 사주해 고씨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본 송선미씨는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하자 눈물을 보였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곽씨는 무기징역 선고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직접 고씨를 살해한 조씨는 지난달 16일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