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열린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9번째이며, 2015년 2월 이후엔 처음이다.

오는 27일과 내달 또는 6월 초에 열릴 예정인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 지도층 내부를 단속하고 한목소리를 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정치국 회의 장면을 담은 사진 3장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김정은은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4명) 및 위원 14명 중 7명과 중앙 원탁에 앉았다. 나머지 위원 7명 중 러시아 출장 중인 리용호 외무상을 제외한 6명과 후보위원(12명)들은 내각 부총리들과 함께 뒷자리에 배석했다.

北최고 권력기구인 노동당 정치국 회의 - 지난 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4명)과 위원(13명)들이 손을 들어 표결하고 있다. 원탁에 앉은 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룡해 당중앙위 부위원장, 박광호 당중앙위 부위원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 태종수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평해 당중앙위 부위원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원탁에 앉지 못한 정치국 위원 6명도 뒷자리에 앉아 손을 들고 있다. 오른쪽 3명은 뒤쪽부터 안정수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왼쪽 3명은 오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 박태성 당중앙위 부위원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정치국 위원은 현재 14명이지만 리용호 외무상이 러시아 출장 중이라 13명만 회의에 참석했다. 오른쪽 구석에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도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정치국 위원이면서도 원탁에 앉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위 탈북자 A씨는 "김영철의 노동당 내 위상이 아직 톱10 안에 들 정도는 아님을 보여준다"고 했다. 작년 10월 실각한 황병서의 후임으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김정각의 모습도 이날 보이지 않았다. 총정치국장은 당연직 정치국 위원 또는 상무위원이기 때문에 정치국 회의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대북 소식통은 "아직 당대회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을 통해 당직 인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 정치국은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최고 권력 기구로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발언권·표결권 있음), 후보위원(발언권만 있고 표결권은 없음)으로 구성된다. 정치국 회의는 중요 국면마다 열렸다. 2011년 12월 30일 김정일 사망 직후 열린 정치국 회의에선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했다. 2012년 7월 15일 회의에선 리영호 총참모장을, 2013년 12월 8일 회의에서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각각 해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북남 수뇌 상봉과 회담'이라고 부르면서, 미·북 정상회담은 '조·미 대화'라고 했다. 두 회담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표현을 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성공을 확신하는 반면, 미·북 정상회담은 아직도 확신을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지난달 헬싱키에서 열린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관리들은 "조·미 수뇌 상봉이 잘될지 모르겠다"며 미국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