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미·북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아마도 다음 달 또는 6월 초에 그들(북한 김정은)과 만나는 것을 여러분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미·북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뒤 회담 개최 시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이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10일 전했다.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공식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미·북이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양측 간 비핵화 줄다리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뒤에서… 볼턴 美안보보좌관 업무 개시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안보 정책을 총괄할 존 볼턴(오른쪽)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9일(현지시각)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초강경파’로 알려진 볼턴이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회의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진척 상황, 시리아의 화학무기 의심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 중국과 무역 전쟁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되는 각료회의에서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뒤에 앉혀놓고 이같이 말했다. 북한 문제에 있어 '초강경 매파'로 통하는 볼턴은 이날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볼턴 체제 출범에 맞춰 '미·북 정상회담'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접촉을 해 왔다"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두 나라) 관계가 아주 오래전보다는 훨씬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북의 사전 접촉에서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 등에 대해 상당 부분 협의가 진척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도 전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을) 5년, 10년, 20년 전에 했더라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며 "북한과 회담을 마련했고 이는 전 세계를 매우 흥미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노동당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이)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되는 북남 수뇌 상봉과 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북)·미 대화 전망을 깊이 있게 분석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회담 시기·장소·의제는 조율되고 있지만 관건은 비핵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택한 과거의 협상들은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버는 것을 허용하는 협상들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