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과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연달아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감세 정책과 경기 부양책이 재정적자를 키워 미국 예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CBO는 2020년 미국 재정적자가 1조달러(106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트럼프의 감세 정책 때문에 재정적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미국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21% 늘어난 8040억달러(858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예상치보다 43% 늘어난 규모다. 수년간 쌓인 재정적자로 미국 공공 부채는 2028년 25조7000억달러(3경7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6.2%에 달하는 비중으로, 지난 50년간 평균치의 두배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으로 인한 재정 적자 증가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올해 재정부양책에 힘입어 3%를 돌파하겠지만 이같은 성장세 강화는 대부분 일시적 흐름에 그칠 전망이다. CBO에 따르면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8년 4분기 전년대비 3.3%를 기록한 뒤 2019년 2.4%, 그리고 2020년에는 1.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옐런 전 의장은 워싱턴포스트에 논평을 통해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가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제도), 참전유공자에 대한 혜택 등 복지 정책이 미국의 재정 악화 원인이라고 주장한 점을 반박하며 트럼프의 감세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옐런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같은 경기 부흥기에는 재정적자를 줄여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침체기를 대비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 예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추가 감세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공화당 내 강경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의 의장 마크 메도우즈(노스캐롤라이나) 하원 의원은 “공화당 세제개혁안의 두 번째 단계를 논의중”이라며 “이르면 이달 내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