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여기 막걸리 한 통 하고 모둠전 하나 주세요."

지난달 25일 찾은 강원 춘천시 육림고개. 밤늦은 시간에도 육림고개에 자리한 막걸리 주막엔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다. 33㎡(10평) 규모의 주막에 놓인 너덧 개 탁자에 20·30대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술잔을 부딪쳤다. 시민 김주호(32)씨는 "옛 분위기가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한다"면서 "주막뿐 아니라 특색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도 고개 곳곳에 자리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역 명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육림고개가 청년 상인들의 유입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육림고개 플리마켓‘고개넘장’모습.

춘천 육림고개는 1980~1990년대까지 춘천지역 최대 상권이었다. 하지만 신도심 개발과 대형마트 등장, 소비문화 변화 등으로 침체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하나둘 육림고개를 떠났고, 점포들은 텅 빈 채 방치됐다. 침체 일로를 걷던 육림고개는 지난 2015년 춘천시가 막걸리촌 특화거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5년 6월 서민주막과 모친주막이 문을 열며 발길이 모이기 시작했다. 닭 강정과 한방카페, 레스토랑, 수공예 상점 등 작지만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점포도 잇따라 들어섰다. 김주형 육림고개상점가상인회장은 "한때 육림고개의 점포는 10곳이 안 됐지만 지금은 점포가 51곳에 달하는 대형 상권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 상인 유입은 육림고개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춘천시는 청년 상인들의 유입을 위해 지난 2016년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빈 점포를 장기 임대해 낮은 비용으로 예비 창업자에게 재임대해주고, 인테리어와 홍보마케팅 비용을 지원했다. 젊은 상인의 개성과 토박이 상인의 인심이 조화를 이루며 거리 역시 한층 밝아졌다.

유열 춘천시 경제과장은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도 늘려 문화와 낭만, 맛과 멋이 어우러진 관광형 거리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