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30대가 '미혼 대국'이라는 일본을 앞지를 정도로 결혼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50세까지 남성은 4명 중 한 명, 여성은 7명 중 한 명이 결혼하지 않을 정도로 미혼율이 높은 나라인데, 우리 젊은 사람들이 일본보다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기를 낳을 가임 여성(15~49세) 감소에다 혼인율이 크게 하락한 것이 저출산을 부른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0·30대 젊은 층이 결혼하지 않으면서 한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30대 미혼율 일본 앞질러

한국은 결혼하고 아기 낳는 주 연령대인 20·30대의 미혼율이 모두 일본을 앞지른 상태다. 20대 미혼율은 2005년부터, 30대 미혼율은 2015년부터 일본을 앞섰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말하는 혼인율은 일본(5.0건)보다 약간 높은 5.5건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일본보다 급격하게 혼인율이 떨어진 결과다. 20대 미혼율(91.3%)은 일본(79.7%)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30대 미혼율(36.3%)은 일본(34.8%)보다 약간 높아졌다. 30대 후반 미혼율은 아직 일본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기를 낳을 주 연령대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이 결혼하지 않는 나라가 되면서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05명까지 추락했다. 반면 일본은 2016년 합계출산율은 1.44명으로, 근래 1.4명대의 합계출산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인구는 2009년 1억270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 해마다 20만~30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성들의 평균 결혼(초혼) 연령마저 30세를 넘어 저출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초혼 연령이 일본을 앞지른 것은 2009년으로, 지금은 한국(30.1세)이 일본보다 0.7세 높아졌다. 이처럼 초혼 연령이 높아진 것은 한국 사회의 고학력화와 여성 취업 확대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30대 여성의 4년제 대졸자가 전체의 절반가량(47.0%)인 데 비해 일본은 21.5%에 머물러 있다. 반대로 일본은 2년제 대졸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대학을 다닌 뒤 취업하면서 사회 진출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직장에서 안정을 찾은 뒤 결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결혼 연령이 늦어진 것이다.

◇신생아 수도 배 이상 격감

이에 따라 신생아 수도 일본보다 배 이상 격감했다. 1997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은 신생아 수가 21만여명(18%)이 줄어든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26만명(39.2%)이나 줄었다. 일본 인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국가에서 신생아 숫자 격차마저 더 커진 것이다.

기업들의 결혼이나 육아에 대한 직장 내 배려와 인식 부족도 앞으로 저출산 극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직장 여성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30대 여성 미혼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서울은 30대 초반 여성 미혼율이 절반가량(49.5%)이고, 30대 후반에도 3명 중 한 명꼴(29.0%)로 전국 평균(19.2%)보다 훨씬 높다. 여성 취업이 늘어난 속도에 비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배려는 뒤따르지 못해 생긴 결과다.

회사원 김모(35)씨는 "한국 남성들은 경제적 이유로 맞벌이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가정 일과 아기 키우기는 여성 몫으로 돌린다"며 "직장 선배들도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승진에서 누락되고, 주요 보직에서 소외되니 결혼할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스웨덴의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모델로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그나마 1.4명대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도 탄력근무제 등 결혼이나 육아를 뒷받침할 제도를 갖추도록 기업들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