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9시 46분쯤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국도에서 소방관 3명이 트럭에 치여 숨졌다. "개가 도로에 돌아다녀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직후였다. 함께 출동한 소방관 1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교통사고 날라" 피해 막으려다 참변

이날 신고는 오전 9시 23분쯤 충남 119 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3차선 도로에서 목줄 풀린 개가 돌아다니고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있으니 조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장인 국도 43호선 세종~평택 구간은 최고 시속 90㎞인 자동차 전용도로다. 과속이 잦은 도로에 개가 다니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킬 잠재적 위험 요소를 없애야 하는 상황이었다.

119상황실은 현장에서 6.5㎞ 떨어진 아산 둔포 119안전센터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 김신형(여·29) 소방교, 현장 실습을 나온 교육생 김은영(여·30)씨와 문새미 (여·23)씨가 이모(26) 소방사와 함께 소방펌프차(총중량 7.5t)를 타고 출발했다.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소방차를 갓길에 정차시키고 개를 찾으러 하차했다. 곧바로 소방차를 방패 삼아 차 앞쪽으로 이동해 작업에 들어갔다. 그때 25t 트럭이 소방차의 왼쪽 뒤편을 들이받았다. 트럭은 소방차를 들이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갔다. 소방차는 추돌 충격으로 84m 정도 앞으로 밀려나갔다.

소방차 앞에 있던 소방관 3명은 그대로 차에 치였다. 문씨 등 교육생 2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소방교 김씨는 병원으로 후송 도중 숨졌다. 이 소방사는 옆에 비켜 있어 참변을 면했다.

눈물 떨구는 동료 소방관들 - 30일 도로 위 개 포획 작업 도중 숨진 소방관 3명의 합동분양소가 차려진 충남 아산 온양장례식장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고 있다.

소방차를 들이받은 트럭 운전사 허모(62)씨는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라디오를 조작하다가 소방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트럭의 스키드 마크(skid mark·타이어 자국)가 없는 것으로 봐서 충돌 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경찰이 허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허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출동 필요한 '잠재 긴급' 상황 해당

김신형 소방교, 김은영 교육생, 문새미 교육생.

충남의 동료 소방관들은 "힘든 근무 중에도 밝게 일하던 소방관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소방교 김씨는 지난해 9월 결혼한 부부 소방관이었다.

2013년 임용돼 최근까지 충남 당진에서 근무했다. 결혼을 앞둔 지난해 7월 아산소방서로 자리를 옮겨 교육 홍보 업무를 맡았다. 동료들은 김씨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나 귀찮은 내색 없이 나서주던 고마운 사람"이라고 했다.

충남 천안서북소방서에서 행정 업무를 보던 김씨의 남편은 근무 시간 중에 아내의 사고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와 김씨는 지난해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난 19일부터 둔포 119안전센터에서 현장 실습 중이었다. 둘은 다음 달 16일 소방관으로 정식 임용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신고는 매뉴얼에 따라 출동을 요하는 상황이었다. 소방청이 지난 28일 마련한 '출동 거절 기준안'에서도 '도로 위 동물'에 대해선 소방이 출동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 안에 따르면 출동 상황은 긴급, 잠재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긴급과 잠재 긴급은 소방서나 유관기관에서 출동한다. 도로 위의 동물이나 낙하물은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잠재 긴급 상황으로 본다. 소방 당국 관계자도 "이번 상황은 잠재 긴급에 해당해 출동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출동 거절 기준안'은 4월 중순 확정돼 전국 소방서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근무 중 숨진 3명의 소방관을 위해 아산 온양장례식장에 합동분향소를 차렸다.

또 이날 김 소방교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숨진 교육생들에 대한 보상 처리를 앞두고 확인 작업에 나섰다. 소방청 관계자는 "보상이 신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교육생들을 소방관으로 볼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