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3대 강국의 군비(軍備) 증강 움직임이 뜨겁다. 주인공은 중국·러시아·일본에서 각각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최고 지도자들이다.

특히 2000년부터 권좌에 있으면서 지난 18일 대선에서 압승해 2024년까지 임기를 확보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17일 헌법 개정으로 장기 집권 가도를 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핵심이다. 두 사람은 첨단 해·공군 무기 개발과 증강 배치로 미국의 세계적 군사 패권(覇權)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 건설'을 기치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20조루블(약 370조원)을 투입해 군사력 재건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시진핑은 '강군몽(强軍夢)'을 내걸고 올해 공식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어난 1조1289억위안(약 192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이미 연평균 10%가 넘는다. 6년째 국방비를 계속 늘려온 일본도 지난 1일 역대 최대 국방 예산(5조1911억엔·약 51조9208억원)을 담은 올해 예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中, 7년 내 항모 6척 확보하며 美에 도전

3대 강국 중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으로 항공모함(이하 항모)과 핵추진 잠수함, 독자적인 이지스함(艦) 등 첨단 해군력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독점적인 서태평양 지역 해상 패권을 최소한 분할하기 위함이다.

항모의 경우 구(舊)소련의 항모를 활용한 랴오닝함(6만7000t급) 취역(2012년)을 시작으로 작년 4월 중국 첫 국산 항모인 001A형(型)을 진수시켰다. 랴오닝함은 공대함(空對艦)미사일로 무장한 J-15 전투기 등 항공모함용 함재기도 운용한다. 중국은 북·동·남해 함대에 각 2척씩 총 6척의 항모를 2025년까지 보유할 계획이다. 핵추진 항모 건조설도 나온다. 러시아는 랴오닝함과 같은 크기의 항모 1척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항모는 미국의 초대형 항모에 비해 크기와 위력·운용 능력 면에서 뒤떨어진다. 미국 항모의 배수량은 9만~10만t이지만 중·러 항모는 7만t 미만이다. 중국 항모는 최대 50대 미만의 함재기를 싣는데, 미국은 중국 함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함재기를 80여대 싣고 있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박사는 "작전 지속 능력, 캐터펄트(사출기)를 비롯한 각종 운용 장비 등에서 아직은 총 11척을 보유한 미국 항모 전단이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러, 마하 20급 超고속 ICBM 개발 끝내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요격망을 뚫을 수 있는 최신 미사일과 극(極)초음속 무기 개발에도 주력한다. 극초음속 무기는 최대 속도 마하 5가 넘는 초고속 무기다. 지난 1일 푸틴 대통령은 6종의 차세대 수퍼 신무기를 전격 공개했다. 이 가운데 RS-26 '아방가르드', RS-28 '사르맛'은 미국의 MD(미사일 방어)망을 피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아방가르드'는 최대 속도가 마하 20에 이르며, 미국 MD 요격망을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글라이더(활공체)'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최대속도 마하 8) 등 극초음속 무기 분야에선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D 대함(對艦)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이 미사일은 이지스함의 요격망을 피해 미국 항모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최대 속도 마하 10이 넘는 극초음속 글라이더 DF-ZF의 두 차례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미 국방부는 기존 다층 미사일 방어망과 별도로 이들을 막기 위한 첨단 요격(邀擊) 무기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중국은 올해 초 첫 국산 스텔스 전투기 J-20을 실전 배치했다. J-20은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와 강력한 위상 배열(AESA) 레이더, 최신 전자 장비 등을 탑재하고 있다. J-20의 종합적인 성능은 아직 미국 F-22에 미치지 못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 F-35를 닮은 다른 스텔스 전투기 J-31도 개발 중이다.

中의 세계 1위 군사大國化…한국에 위협

외형상 중국과 러시아·일본의 공식 국방비는 미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16년도 통계를 보면 그해 미국의 국방비는 6110억달러인 반면 중·러·일 3국의 국방비 합계는 3303억달러였다. 3국을 합쳐도 미국의 절반 수준(54%)에 불과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9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6860억달러(약 73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숨겨진 국방비가 많아 실제로는 공식 발표 액수보다 훨씬 많은 돈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SIPRI는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공식 발표액보다 55% 정도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군 운영 산업에 대한 보조금과 핵무기 관련 부대 예산 등을 국방 예산 내역에서 빼놓고 있기 때문이다. 시마다 요이치 일본 후쿠이대 교수는 "중국의 실제 국방비 지출이 공식 국방 예산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중국은 2030년대 후반에 공식 국방비 기준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강한 의지로 뭉친 지도자들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세계 1위 군사 대국화에 나서는 게 인상적"이라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군사력의 질(質)과 양(量)을 고도화해 최인접국 한국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