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진행되면서 일명 '아우팅(Outing·쟤도 당했다) 미투'가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저 사람도 당했다"고 제3자가 나서서 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이 아우팅 미투로 번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우팅은 무고한 가해자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해자가 알려지기 원치 않는 사실이 알려지며 2차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성범죄 안 당했는데 피해자 상담받아

'아우팅 미투'는 최근 일부 기업에서 성범죄 피해 조사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서울의 한 중견 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여·30)씨는 최근 사내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됐다. 김씨는 "회사 직원 중 누군가 저를 지목해 '김○○씨가 다른 부서 A 부장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제보했다"며 "저는 A부장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피해자 상담까지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대학교에서도 발생한다. 대학생 김모(여·24)씨는 학과장에게 불려가 "B교수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전혀 없다고 말했는데도 '제보를 받았으니 염려 말고 말하라'며 추궁해 곤란했다"고 했다.

실제 피해자인 경우라도 알리고 싶지 않던 사실이 알려지는 2차 피해를 당한다. 직장인 홍모(여·32)씨는 "팀장이 부르더니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며 "내 의사를 묻지 않고 회사에 알렸다는 게 화가 났다"고 했다.

아우팅으로 지목된 사례가 사실과 다른 경우 가해자로 오해받은 사람도 피해를 입는다. 한 의류 기업에서 일하는 박모(여·29)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상급자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잘못된 아우팅을 당해 인사팀과 면담했다. 박씨는 "상급자는 내가 거짓 고발한 것으로 오해해 그 이후로 나와 인사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보하라"며 아우팅 미투 유도하는 기업·학교

일부 기업과 대학교는 성범죄 피해 조사 과정에서 "주변에 피해자가 있지 않느냐"며 아우팅 미투를 유도한다. 피해자로 고발된 사람은 누가 자신을 고발했는지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이모(21)씨는 성범죄 피해를 당한 적이 없으나 피해자로 지목됐다. 이씨는 "제보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누구의 주장인지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정작 아우팅 피해자인 나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우팅 미투에는 엄격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C(여·29)씨는 "몰래 한 선배와 사내 연애를 했는데 그 선배가 나를 성추행했다고 누군가가 잘못 고발했다"며 "제보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사실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업이나 학교 측은 아우팅 미투가 제기되면 조치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제보건을 조사하지 않으면 묻으려 한다는 의혹을 낳고, 조사를 하면 '왜 잠정적 피해자(가해자)로 몰아가느냐'고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아우팅(Outing)

성소수자의 성적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폭로되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반대다. 최근에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민감한 사안이 타인에 의해 알려지는 상황을 폭넓게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