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해 26일 국회에 제출된 헌법 개정안은 절차에서도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다. 헌법 제89조는 개헌안이 국무회의의 심의(審議)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과정에서 국무회의 심의는 사실상 없었다.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은 상정된 지 40분 만에 통과됐다. 5명의 장관과 감사원장이 돌아가면서 발언했지만 개헌안을 홍보하는 차원일 뿐이었다.

헌법 기구인 국무회의는 청와대가 만든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거수기로 변해 버렸다. 헌법 개정처럼 중요한 사안은 차관회의에서 1차 검토 후, 국무회의에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됐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이전에 개헌안과 관련된 국무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총 11개 장 137조에 이르는 개헌안에 대한 법제처 심사도 22일부터 단 3일간 주로 주말에 이뤄졌다. 모든 게 졸속이고 형식적이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대표해서 개헌안을 제출하려면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이 주도해야 했지만 사실상 배제됐다. 3일간 TV 카메라 앞에 나와 개헌 쇼를 한 사람도 청와대 비서였다. 이 개헌 절차에 대해 위헌 소송이 제기되면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보니 청와대나 여당이 헌법상 개헌 절차에는 제대로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정말로 개헌이 성사되게 하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이토록 졸속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석 3분의 1을 넘는 야당이 대통령 개헌에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이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개헌안 제출을 강행한 것은 개헌을 쟁점화하는 것이 지방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국회가 빨리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기 위한 '원 포인트' 개헌안에 합의하면 이런 개헌 정략은 그날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