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는 철강 관세를 쿼터(수출 물량 제한) 조건부로 면제받았고, 미국은 픽업트럭 관세 철폐 시기 연장을 얻었다. 정부는 "FTA와 철강 관세라는 대미(對美) 통상의 두 가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했다. 이번 협상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과 벌인 첫 통상 협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정도라면 발등의 불은 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는 선제적 무역 제재를 통해 미국 기업에 유리한 교역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 쉽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번 협상도 트럼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FTA는 '재앙' '끔찍한 협상'이라고 공격하면서 폐기까지 거론해 협상 고지를 선점했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 3위인 한국을 상대로 '쿼터'라는 조건을 관철하면서 유럽연합(EU) 등과의 관세 면제 협상에 선례를 만들어내는 효과도 거뒀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해 8년간 백악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는 계속 (통상 마찰)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연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대통령인 한 통상 압박은 부단히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통상교섭본부 조직과 인력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30명 정도 인원을 늘리고 미국의 수입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트럼프 당선 때 발 빠르게 해야 했을 일이다. 그런데 작년 8월 미국이 FTA 개정을 처음 요구했을 때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미국의 통상 압력과 글로벌 무역 전쟁에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근본 대책은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밖에 없다. 산업 구조조정으로 차세대 선도 산업을 육성하고, 노동 개혁과 규제 완화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바뀐 세계에서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