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대통령 4년 연임제, 대선 결선투표 도입 등이 포함된 권력 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개헌안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사면권 등 일부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그간 야당이 요구해 온 국회의 총리 선출·추천권 등 핵심 사안은 배제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헌안 전문을 공개한 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게 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발의 전 국무회의 심의'를 요식 절차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개헌안 전문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에 전달하고 법제처에 송부했다. 청와대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개헌안을 공식 발의할 예정이다. 이날 해외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20~22일 진행한 '개헌 여론전'을 두고 일부 헌법학자와 야당은 "헌법 절차를 안 지킨 졸속 발표" "국무회의 배제"라고 비판했다. 현행 헌법 89조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발의(發議)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절차에 앞서 비서실 주도로 3일에 걸쳐 개헌안 내용을 쪼개서 설명했다. '찔끔 공개'라는 비난이 일자 발의(26일 예정) 나흘 전인 22일 개헌안 전문(全文)을 공개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은 개헌안을 청와대 비서관이 국민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올바른 헌법 심의 절차가 아니다"며 "헌법을 고치겠다는 청와대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청와대 개헌안은 국회도 패싱(배제), 국무회의도 패싱, 법제처도 패싱,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청와대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 개정안을 국민에게) 설명한 것일 뿐 정식 발의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할 것"이라고 했다. 위헌이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개헌안 전문을 공개한 상황에서 개헌안 내용을 수정하자고 할 국무위원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더구나 26일 국무회의는 해외 순방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에 부재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결국 '거수기 국무회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개헌안 작성을 청와대 참모들이 주도하고 발표까지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이날 개헌안 작성에 대해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논의했고 조문화 작업은 법무비서관실이 했다"고 밝혔다. 허영 교수는 "국무회의 심의를 규정한 헌법 취지로 봤을 때 내각에서 사전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발표도 정부 대표가 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하지만 조 수석은 "(개헌안은) 대통령의 의지, 국정 철학, 헌법 정신에 대한 소신이 반영되는 것이므로 대통령 보좌관, 비서관이 헌법에 그 내용을 담는 것은 권리 이전에 책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에 "4월 27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재외 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같이 하려면 내달 27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조국 수석은 "국회가 이 개헌안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데드라인'은 4월 27일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일개 대통령 비서가 입법부를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처음 본다"는 비난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