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시진핑 국가주석 연임⋅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선출 만장일치 통과
왕치산 미⋅중 관계 위기 소방수로 투입...트럼프 대만여행법 최종서명 對中 강경 일색
공룡 경제부처 발개위 권한 축소 정부 기구개편안도 통과...반대 2표 그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예정대로 재선되고, 왕치산(王岐山) 전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국가 부주석으로 복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7일 전인대에서 재선출되면서 집권2기를 공식 개시했다. 시의 오른팔이던 왕치산 전 당기율검사위 서기는 국가부주석으로 선출돼 화려하게 복귀했다. 시-왕 투톱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1차회의 제5차 전체회의는 시 주석을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하고, 왕치산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했다. 시 주석은 표결에 참여한 2970명 전인대 대표 만장일치로 연임됐다. 왕치산은 2969표 찬성, 1표 반대로 국가부주석에 선출됐다.

리잔수(栗戰書)상무위원은 2970표 만장일치로 장더장(張德江)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 후임으로 뽑혔다.

앞서 왕양 (汪洋) 상무위원은 13기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1차회의 제4차 전체회의에서 투표에 참가한 정협위원 2144명 만장일치로 위정성(兪正聲) 주석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시 주석 연임 표결 결과가 발표 될 때는 모든 전인대 대표들이 기립해서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였고, 리잔수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선출 직후 시 주석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에서는 은행과 보험 감독기구를 통합하는 등 장관급 기구는 8개, 차관급 기구는 7개 줄이는 국무원 기구 개편안도 통과시켰다. 중국의 고성장 정책을 주도해온 ‘공룡 경제부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기능이 대폭 축소됐다. 2970명의 전인대 대표가 표결에 참여해 찬성 2966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통과됐다.

이날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왕치산의 복귀다. 리위안차오(李源潮)전 국가부주석과는 존재감이 다르다. 69세인 왕치산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7상 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에 따라 은퇴했지만, 이번 전인대에서 복귀했다.

7상 8하 관례를 깨는 것으로 시 주석으로선 2022년 20차 당대회 때 69세가 되지만 왕치산의 복귀로 시 주석 역시 연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11일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없앤데 이은 것이다.

왕치산의 복귀는 △시 주석의 종신 집권 길을 여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당 기율검사위원회와 ‘한 몸 두얼굴’ 체제로 출범하는 국가감찰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미⋅중간 긴장관계 해소를 위한 소방수로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가주석과 함께 부주석도 지난 11일 표결 시행된 개헌으로 2연임 한도이던 임기 제한이 사라졌다. 시⋅왕 투톱 체제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존재감이 급속도로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왕치산은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그 이전에 20여 년 동안 경제·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광둥(廣東)성 부성장으로 중국 최초의 파산금융사인 광둥신탁투자 처리를 맡았고, 2003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 베이징 시장으로 투입되는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했다. 2008년 부총리에 오른 후 2012년까지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다.

최근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국무장관을 교체하면서 왕치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통인 양제츠와 시진핑의 경제책사인 류허 모두 이번 전인대에서 부총리 승진이 예상된다. 왕치산이 양제츠 류허와 함께 미국과의 관계 위기 국면을 해소할 팀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왕치산 신임 국가부주석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6000억달러로 추정되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기술⋅통신 분야 중심으로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영구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보도(로이터통신)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신임 국무장관에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내정한데 이어, 16일엔 미국과 대만간 공무원들이 모든 수준에서 자유롭게 상호교류하는 것을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 최종 서명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여행법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위배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법 조항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인대는 18일 국무원 총리,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위원,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 등을 뽑는다. 리커창 총리는 연임되고, 국가감찰위 초대 주임은 당 기율검사위 서기인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이 유력하다. 이어 19일에는 국무원 부총리와 국무위원, 각 부 부장, 인민은행 총재 등을 선출하고 20일 폐막한다. 폐막 직후엔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