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국방부 청사 1층 현관에 걸려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1972년작 ‘적영(敵影·적의 그림자)’을 떼어 내 창고로 옮기고 있다.

국방부 청사 현관에 있던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1913~2001)의 베트남 파병 전쟁 관련 그림이 서주석 국방 차관의 지시로 16일 떼어졌다. 김 화백의 친일 전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적영(敵影·적의 그림자)'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1972년 작으로 가로 2m·세로 3m 크기다.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맹호부대가 치열하게 싸운 베트남 638고지 전투를 소재로 했다. 밀림을 뚫고 포복하는 장병들을 그렸는데 매서운 눈빛 묘사로 유명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무위원들이 이 그림을 구입해 국방부에 기증했다고 한다. 1979년 12·12 사태 때 국방부를 습격한 쿠데타군 총탄에 그림이 훼손되기도 했다. 당시 총탄 한 발이 그림 속 국군 병사 눈을 관통했는데 나중에 복원됐다. 최근 감정가는 3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화백이 일제강점기 때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강제징집을 부추기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논란이 일면서 10여 년 전부터 국방부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번 그림 철거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22~24일)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001년 베트남 국방 장관이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국방부는 작품 배경을 설명한 동판을 흐릿하게 만들어 잘 보이지 않게 한 적이 있다.

적영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국방부 일반 창고에 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내에선 베트남전을 탁월하게 묘사했고 12·12 등 역사 일부분이 담긴 만큼 전시 장소를 옮기거나 최소한 전문 기관에 의뢰해 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보유 미술 작품 중 친일 논란이 있는 경우는 이번 경우처럼 철거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군 소유 미술 작품은 약 3400점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