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잉 본사서 전투기 살펴보는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의 보잉 본사에 전시된 F-18 파생형 전투기 EA-18 그로울러를 살펴보고 있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선거기금 모금행사에 참석해“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주에서 열린 기금 모금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한국)과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면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고 했다.

WP는 이 발언을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위협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무역과 주한미군 철수까지 연계시키겠나"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 규모는 2만8000명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3만2000명이라고 발언한 것은 숫자 착오를 일으킨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맞는다면 북핵·미사일 위기를 거치면서 주한미군이 약 4000명 증원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그들은 북한 김정은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무엇이 우리를 전쟁으로 몰고 가는지 아느냐. 바로 나약함이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을 언급하며 "우리 동맹국들은 자신들만 돌보고, 우리(미국)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낡은 무역규정을 이용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일본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술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빠르면 다음 주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각 나라들은 이 관세에 대해 면제를 요청할 수 있지만, 단지 나와 직접 협상을 한 다음이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