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집에 갈 때 비행기 추가 요금 내야겠는데요?"

독일의 여자 장애인노르딕스키 선수 안드레아 에스카우(47)는 귀국할 때 수화물 무게 제한 초과로 추가 요금을 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쇼핑이라도 실컷 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묵직한 메달 덕분이란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에서 메달 3개째를 수확했다. 바이애슬론 좌식 부문 10㎞에서 금메달, 크로스컨트리 좌식 1.1㎞와 12㎞ 부문에서 각각 은메달을 땄다. 너스레가 금메달리스트답다.

몸이 불편하다고 마음까지 삭막할 이유는 없다. 평창을 찾은 세계 각국 장애인 선수들은 결과에 웃고 울며, 때로는 농담을 던지다가도 때로 희망의 메시지도 남길 줄 아는 진짜 스포츠 맨들이었다.

"지금 여러분은 세계 1위 스키 선수의 방송을 듣고 계십니다. 여기는 컨트리 레전드 100.9 메가헤르츠." 마치 라디오 방송을 연상시키는 이 말은 남자 알파인스키 활강 좌식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앤드루 쿠르카(26·미국)가 했다. 미국 알래스카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그는 자신이 쇼에 출연한다면 이렇게 소개할 것이라고 으스댔다.

남자 바이애슬론 시각장애 부문 12.5㎞ 금메달리스트 유리 홀룹(22·벨라루스)은 "처음부터 자신이 금메달을 딸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등 번호 116번을 달고 나왔다. "1은 '1등'을 뜻하고, '16'은 저를 뜻하죠." 그는 생일이 4월 16일이다.

여자 바이애슬론 10㎞ 은메달리스트 마르타 자눌리나(28·NPA·러시아 패럴림픽 중립 선수단)는 "룸메이트가 메달을 못 따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복도에서 자기 싫어 필사적으로 뛰었다"고 했다. 그와 같은 방을 쓰는 선수는 평창에서 메달 3개를 따낸 팀 동료 안나 밀레니나(32)다.

선수들의 금메달 뒤엔 피와 땀이 있다. 이번 대회 남자 크로스컨트리 1.5㎞와 20㎞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내며, 통산 패럴림픽 금메달 수를 12개로 늘린 브라이언 매키버(39·캐나다)는 "나이가 많다는 건 더 많은 훈련을 했다는 뜻"이라며 "매일 훈련하다가 쓰러져 잠들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여자 알파인스키 4관왕에 오른 헨리에타 파르카소바(32·슬로바키아)는 "난 스스로 '무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더 많은 장애인이 삶에 도전하길 바랐다. 스노보드 크로스 하지 장애(LL) 종목에 출전해 4위에 오른 에번 스트롱(32·미국)이 한 말이다. "다리를 절단했을 때 난 내 삶이 끝장난 줄 알았습니다. 그때 누군가 '다시 할 수 있다'고 알려줬고, 결국 패럴림픽 무대에 섰습니다. '사고 피해자'가 되지 맙시다. 우리 삶을 되찾아냅시다."